어린이 눈높이 맞춰… 방학 가볼 만한 전시 북서울미술관 서도호 작가의 ‘아트랜드’… 점토로 만든 생태계에 상상력 쌓아가기 상상톡톡미술관 ‘샌드 캐슬, 꿈의 건축’… 나만의 설계로 건물 짓고 도시 이루고 가나아트센터 시오타 지하루 ‘인 메모리’… 실로 엮은 설치작품, 부모도 감동 속으로
전시 ‘서도호와 아이들: 아트랜드’ 워크숍에 참여한 어린이들. 모형 점토로 상상의 생물들을 만들고 있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제공
무더운 여름, 아이와 자연 속으로 떠나고 싶지만 그러기 어렵다면 ‘에어컨 빵빵한’ 전시장도 괜찮은 선택이다. 방학을 맞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근사한 전시들이 적지 않다.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인 ‘서도호와 아이들: 아트랜드’와 아이들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샌드 캐슬, 꿈의 건축’, 부모들도 좋아할 만한 ‘인 메모리(In Memory)’를 소개한다.
○ 세계적 작가가 자녀와 만든 이색적인 세계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 후 차곡차곡 국제적 명성을 쌓은 설치미술가가 어린이 전시를 한다? 살짝 갸우뚱하지만, 서 작가의 이번 전시는 두 자녀와 함께 2016년부터 만들어 온 것이라 한다. 영국 자택에서 어린이용 점토 슬라임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고, 이를 ‘아트랜드’라 이름 지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슬라임은 단순히 놀이기구가 아니다. 아트랜드에서 슬라임은 하나의 생명체다. 그들의 1년은 인간의 221년과 맞먹으며, 아침마다 ‘퐁용’이란 과일을 먹는다. 피해서 도망가야 할 때도 있다. 어른 입장에선 이런 설정이 선뜻 와닿진 않지만, 아이들은 금방 세계관에 익숙해져 몰입한다. 서 작가 가족이 만든 아트랜드 위에 자신들이 만든 점토들을 이어 붙인다.
○ 아이들이 짓는 모래도시&부모가 더 좋아하는 설치작품
모래를 사용해 건물을 만드는 ‘샌드 캐슬, 꿈의 건축’.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예술 프로그램을 국내에 들여왔다. ⓒHerv´e V´eron‘ese Centre Pompidou
이 전시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퐁피두센터가 약 30년 동안 진행해온 어린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국내에 들여온 것이다. 현지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최고의 참여 전시로 극찬을 받았다. 다음 달 12일까지 열리는데 주말은 이미 거의 매진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8000∼1만2000원.
시오타 지하루의 설치작품 ‘인 메모리’(2022년)는 하얀 사물을 통해 삶과 죽음을 얘기하는 한강 작가의 소설 ‘흰’에 감명받아 하얀 실을 사용했다. 가나아트센터 제공
‘실을 엮는 작가’로 불리는 시오타의 작품 55점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얼기설기 짠 실 사이로 오래된 책이나 놀이용 카드도 보인다. 인형놀이 소품을 붉은 실로 엮은 ‘State of Being’은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부모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21일까지.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