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평론집’ 17일 번역 출간 ‘쌍천만’ 윤제균 기획위원으로 참여 “왕, 안목 남달라… 표지사진 직접 보내” 번역 감수 맡았던 김중섭 교수… “中-홍콩관계 고려… 단어 신중 선택”
6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만난 ‘왕가위의 시간’ 기획위원 윤제균 감독(왼쪽)과 감수 총괄을 맡은 김중섭 경희대 국문과 교수. 이들은 ‘해리포터’ 시리즈 출판사인 영국 블룸스버리가 펴낸 왕 감독 작품 비평집 ‘Auteur of Time’을 1년 반에 걸쳐 제작했다. 책이 국내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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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는 시간을 초월한다. 30년이 지난 그의 영화는 아직도 극장에 걸리고, 20대 청춘남녀가 객석을 채운다. ‘아비정전’ ‘화양연화’ 등 그의 대표작들은 불같이 사랑했던 순간과 그 순간이 지나간 뒤의 상실감을 유려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왕 감독의 작품세계에 대한 비평집 ‘왕가위의 시간’(모인그룹·열아홉)이 17일 출간된다. 2005년 영국에서 출간된 ‘Auteur of Time’의 번역서다. 특히 영화 ‘해운대’(2009년), ‘국제시장’(2014년)으로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윤 감독과 번역 감수를 맡은 김중섭 경희대 국문과 교수를 6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만났다.
윤 감독은 왕 감독을 만난 인연을 계기로 책 제작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영화 공동제작을 위해 홍콩에서 만났지만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터지며 작업이 무산됐다. 윤 감독은 “‘화양연화’를 보고 자극적인 장면 없이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해낸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소개하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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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 과정에선 중국과 홍콩의 관계를 고려했다. 상하이 출신의 홍콩인 왕 감독은 다수의 영화에서 중국과 홍콩 간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김 교수는 “올해가 홍콩의 중국 반환 25주년이라 단어 하나에도 신경 썼다”고 말했다.
책의 매력은 왕 감독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준 요인을 자세히 짚었다는 점이다. 마누엘 푸이그, 다자이 오사무 등 그가 사랑한 작가들의 문학성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세밀하게 분석한다.
“‘영웅본색’이 세계를 휩쓸었을 때 왕 감독의 ‘열혈남아’가 나왔다. 영웅본색 같은 액션일 것이란 예상을 부쉈다. 상업성이 짙었던 홍콩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감독이다. 그의 영화 속 스토리텔링과 미장센을 깊이 이해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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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