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사찰 비공개 가족장 르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시신을 실은 검은색 운구차(왼쪽)가 12일 오후 장례식이 열린 도쿄 미나토구 조조지(增上寺)를 나와 국회의사당이 있는 도쿄 지요다구 나가타초로 향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은 가족과 지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집권 자민당의 ‘아베파’ 간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찰 경내와 주변 도로는 추모객과 장례식 참석자, 경찰, 취재진 등으로 혼잡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상주인 아베 전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는 남편의 얼굴에 뺨을 비비며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 거리 가득한 추모객
12일 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일본 도쿄 미나토구 조조지 사찰이 일반 조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오후 2시 38분경 검은색 리무진 운구차량이 사찰을 나왔다. 아키에 여사가 위패를 든 채 차에 타고 있었다. 거리의 시민들은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꺼내들어 사진을 찍었다. 일부 시민은 박수를 쳤고 한 시민은 “아베 씨,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떠난 차량은 도쿄 지요다구 자민당 본부, 국회의원회관, 총리관저, 국회의사당을 돌았다.
광고 로드중
‘쓰야’에는 여야 정치인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 등 2500여 명이 조문했다. 미일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 등도 조문을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은 “(12일 오전까지) 259개 국가 및 지역에서 1700건 이상의 조의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아베가 사망한 날 일본 정치 지형, 집권 자민당 파벌, 내부 권력 관계가 영원히 바뀌었다”며 “그것은 한 시대의 끝”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전 총리를 사제 총으로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는 경찰에서 “1년 전부터 아베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참의원 46% ‘자위대 헌법 명기’ 찬성
10일 진행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추진 세력 4개 정당이 개헌 정족수(3분의 2)를 훌쩍 넘는 177석을 확보한 가운데 참의원 중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원이 67%로 개헌 정족수(66.7%)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이 이번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의원을 포함한 참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개헌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자민당 소속 의원들 중에는 93%가 개헌에 찬성했다.개헌 찬성 의원에게 어떤 항목의 개정이 가장 필요한지를 묻자 ‘자위대 헌법 명기’(78%)가 가장 많았다. 다만 참의원 전체에서 ‘자위대 헌법 명기’에 찬성하는 비율은 46% 수준으로 조사됐다. 공명당에서 개헌 찬성 의원의 비중이 54%에 그쳤고, 자위대 명기 찬성 비중은 이보다도 낮은 30%였기 때문이다. 공명당이 자위대 명기의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