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요금 동시인상… 7월부터 3500원 더 낸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직원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있다. 다음 달 1일부터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다음 달부터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이 동시에 오른다. 가구당 추가로 내야 하는 전기·가스 요금은 한 달에 평균 3500원가량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연내 물가 상승률은 24년 만에 처음으로 6%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10월 전기 및 가스 요금이 추가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전력공사는 7월 1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분기당 3원으로 정해져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폭을 연간 최대 조정 폭(5원)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유, 가스, 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을 반영해 분기마다 책정한다. 지난해 7월 기준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이 256kWh였던 만큼 약 1280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월평균 307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는 1535원 인상된다.
일반 가정과 자영업자가 사용하는 도시가스 요금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으로 다음 달 1일부터 MJ(메가줄·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11원 오른다. 주택용은 7%, 일반용은 7.2∼7.7% 각각 인상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가구당 평균 도시가스 요금은 월 2220원 오른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국제 연료비 상승 등으로 한전이 올 1분기(1∼3월)에만 약 7조8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경영 실적 악화가 심각해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단가가 비싼 LNG 발전량이 늘어난 것도 적자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국면에서 요금 인상으로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전 적자, 文정부 탈원전도 한몫… 전기료 30원 올려야 해소될 수준
산업계 전기료 부담 1.5조 늘어… 6%대 육박한 물가에도 악영향
한전, 취약층 할인 40%로 확대
정부가 치솟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나선 데는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으로 쌓이는 에너지 공기업 적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다. 이전 정부에서 제때 인상하지 못한 요금을 현실화해 국민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 하지만 전기, 도시가스 요금을 함께 올리면서 6%대에 육박한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졌다. 특히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계에선 약 1조5000억 원의 추가 요금 부담이 예상된다.
○ 탈원전 정책 대규모 적자에 한몫
한전 적자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단가가 오른 영향이 적지 않다. 지난 5년간 평균 전력공급 원가는 약 9% 상승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7일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탈원전 기조로 원전 이용률이 감소하고 가스 발전량이 늘면서 한전 손실이 5년간 약 11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날 함께 강연자로 나선 정승일 한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지만 한 번 승인받았다. 전기요금을 선제적으로 인상했으면 적자폭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요금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복지 할인 한도를 40%로 늘리기로 했다. 장애인, 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의 할인 한도가 추가로 1600원 상향 조정돼 7∼9월 271kWh 사용량까지 전기요금을 전액 지원받는다.
○ “5원으로는 한전 적자 해소 어려워”
문제는 전기요금 5원 인상만으로는 한전의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전이 산정한 올해 3분기(7∼9월)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33.6원.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이 커진 탓에 전기요금을 30원 넘게 올려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는 평균 23조1400억 원. 일반적으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1원 올리면 한전의 연간 수입은 5300억 원 증가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인상으로 7월부터 6개월간 1조3250억 원가량 수입이 늘 수 있다. 올해 최대 3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되는 한전의 적자 해소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전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전력산업연구회의 ‘전기요금 정상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세미나에서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전력판매 부문에서 시장 경쟁을 도입하고 한전 지배구조를 개선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