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마지노선 1300원 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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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안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23일 13년 만에 장중 1300원을 넘어서며 기업들의 경영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공급망 위기와 유가 급등, 고환율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산업계는 이날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던 1300원 선을 웃돌자 경제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 급격히 불어나는 비용부담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t당 연초 14만9950원에서 이달 22일 17만359원으로 13.6% 올랐다. 니켈은 같은 기간 t당 2468만5284원에서 3220만9504원으로 30.4% 상승했다. 원자재의 달러 가격 급등세는 멈췄지만 원-달러 환율이 연초 1185원대에서 1290원대로 오르며 기업들이 체감하는 원자재 가격 부담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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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에 취약한 항공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공시에서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환손실이 410억 원 발생하고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 순이익이 3594억 원 감소한다고 밝혔다. 달러로 항공기 대여(리스)료, 유류비, 영공 통과료 등을 결제해야 하는 만큼 손익 구조가 악화를 피할 수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경영 환경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고환율 충격까지 겹치다 보니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 ‘환율 특수’도 옛말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전체적으로 불안한 경우엔 고환율로 달러 수출에서 이익을 보더라도 유로화 가치 급락 등으로 다른 지역에서 이익이 상쇄될 위험도 있다. 국내외 투자에 투입되는 설비 등의 가격이 올라 생산시설 확충에도 차질을 빚어 미래 수익 악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5월 6조3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과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원화 기준 투자계획으로 환율 상승과 함께 미국 현지 인건비도 올라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환율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만큼 경영 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다시 하락할지, 추가 상승할지 추세를 전망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경영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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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