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노말리’ 작가 르 텔리에 2020년 세계적 佛공쿠르상 수상 프랑스에서만 110만부 이상 팔려
민음사 제공
2021년 3월 파리에서 출발한 뉴욕행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나 위기를 겪은 뒤 착륙한다. 석 달 뒤 똑같은 기장과 승무원, 승객이 탑승한 파리발 비행기 역시 난기류를 뚫고 뉴욕에 도착한다. 석 달이라는 시간차가 있을 뿐 3월의 승객과 6월의 승객은 DNA까지 정확히 일치하는 동일인이다. 지난달 26일 출간된 장편소설 ‘아노말리’(민음사)는 분신과 마주한 8명의 이야기다. 전대미문의 사건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과학자를 소집해 사태의 실체를 파헤친다.
이 책은 2020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했고, 프랑스에서만 110만 부 이상 팔렸다. 서울 종로구에서 2일 열린 간담회에서 저자 에르베 르 텔리에(65·사진)는 “오늘 오전 7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세 달 뒤 제 분신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농담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나 자신과의 대면’에 대한 고민이 책의 시작이었다. 8명의 인물이 자신의 분신과 대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해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아노말리는 ‘변칙’, ‘이상’이란 뜻. 르 텔리에는 “코로나19로 미쳐 돌아가는 세상과 공명하는 제목이 됐다. 무미건조했던 제목이 이 시기를 만나 멋지게 재해석됐다”고 했다.
수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분신이 등장하게 된 가설로 ‘보스트롬의 모의실험’을 제시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슈퍼컴퓨터에 의한 시뮬레이션이라는 이론이다.
“우리가 시뮬레이션에 의한 가상세계에 살고 있다는 가정이 문학적으로 멋진 은유라 생각했습니다. 소설은 우리 세계에 대한 은유이고, 독자들이 그 세계로 들어가 실제와 같은 경험을 하니까요. 시뮬레이션이 가능한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싶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