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2.5.17/뉴스1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시정에서 ‘협치’를 강조한 바로 다음 날 한 장관을 임명하면서 정국이 더욱 얼어붙을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한 장관 임명 문제와 연계돼 있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인준 표결에 여야가 전격 합의하면서 인준안 국회 통과 여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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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여야는 본회의가 예정된 20일까지 남은 사흘 동안 한덕수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막판에 자진사퇴하고, 민주당이 자율표결 형식으로 총리를 인준하는 방향으로 여야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과 여야 사전환담과 시정연설, 5·18 기념식 여당 의원 전원 참석 등으로 잠시 누그러지는 듯했던 여야 갈등이 격화된 건 한 후보자 임명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전날(17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임명, 재가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신현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연출하는 벌건 대낮의 ‘인사 막장드라마’에 낯이 뜨겁다”고 직격했다. 이어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국민이 반대하는 인사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에 협치를 요구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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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발목잡기를 중단하라고 맞섰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오늘 한동훈 장관을 전격적으로 임명한 것은 더이상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혀서는 안된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장관의 임명으로 협치 분위기가 일순간에 깨지면서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을 둘러싼 여야의 전운도 고조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2022.5.2/뉴스1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의 인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한 총리 인준에 협조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갈 길이 바쁜 새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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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개별 사안은 개별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원칙에 뒀던 민주당도 공세로 전환했다.
박지현 민주당 비상공동대책위원장은 17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한동훈 후보자 임명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란 사회자의 질문에 “저는 그렇게 바라본다”며 “지도부 논의에서 그렇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전날(16일) 시정연설에서 협치를 얘기하고 한동훈 후보자를 임명한 것에 대해선 협치 의지가 전혀 없다는 메시지인데 한덕수 인준을 기대하는 건 말도 안 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투표 찬반을 당론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의총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이날 한동훈 후보자 임명 강행은 더는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 아니겠느냐”라며 “부결 쪽에 의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 추경과 한미정상회담 등 이슈들이 있어 민주당이 인사청문 정국을 길게 끌고 갈수록 불리하다”며 “새 정부 국무총리 인준안을 부결시키면 지방선거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한덕수 후보자를 통과시키지 않으면 민주당에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국민의힘에 타격을 주지만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지 민주당이 얻는 게 별로 없다”며 한덕수 후보자가 인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여야 대치 국면은 6·1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 원장은 “지방선거에서 여야 어느 한쪽으로 승패가 정리되면 승부에서 진 정당이 백기 투항을 하거나 수그러드는 식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