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필리핀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36년 간의 독재를 했던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신사회운동(KBL) 소속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의 당선이 점쳐지고 있다.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필리핀의 대선은 이날 현지시간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약 6750만 명의 필리핀 국민은 이날 오후 7시까지 앞으로 6년 간 대통령 자리에 오를 사람에 투표하게 된다. 결과는 투표 종료 수시간 후에 알 수 있게 된다.
여론조사 기관 펄스아시아의 여론조사(4월16일~21일) 결과 마르코스는 56%의 앞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이어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은 23%였다. 유명 복싱 선수 매니 파키아오(43) 상원의원은 7%에 그쳤다.
마르코스는 지난 1965년부터 1986년까지 필리핀을 장기 통치한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이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시민들이 일으킨 ‘피플 파워’ 물결에 굴복해 하야하고 미국 하와이로 망명한 바 있다. 망명 3년 후 사망했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해 기업, 언론 등을 장악했으며 군과 경찰은 수천명의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하고 고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마르코스의 지지자들은 아버지 마르코스가 집권했을 시기 필리핀에 병원, 도로 등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가 실시된 진보와 평화, 번영의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착각이며 부채 급증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아들 마르코스의 러닝 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43) 다바오 시장이다.
아들 마르코스가 당선될 경우, 집권 후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반대 세력은 그가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탈세한 바 있으며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점은 향후 필리핀의 중국과의 관계다. 현 두테르테 대통령은 친중 외교를 펼쳐왔다.
CNBC에 따르면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의 조슈아 쿠를란지크 연구원은 “아들 마르코스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이 지원하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더 많이 시작하고, 다시 한번 중국에 구애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통령·부통령 외에도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 등 1만8000명의 공직자를 선출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