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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에 존재 이유 사라져가는 공수처[오늘과 내일/장택동]

입력 | 2022-05-03 03:00:00

수사권 없는 검찰 견제 필요성 약해져
중수청 신설되면 통합하는 게 합리적



장택동 논설위원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마무리되고 있다. 국회에서 오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표결해 통과시키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과 함께 의결하면 입법 과정은 일단락된다. 그동안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범죄 수사권 중에서도 특히 공직자·선거 범죄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을 놓고 격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권력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수사 자체를 막아버리겠다는 의도”라며 비난했고, 검찰에서는 “정치적 야합의 산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범죄 수사는 그동안 검찰이 중추적 역할을 해왔고 이를 대체할 기관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검수완박에 따른 수사력 약화를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런데 공직자 범죄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고위 공직자들의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차관,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을 비롯한 3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이 저지른 직권남용, 직무유기,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 범죄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대부분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할 권한이 있는 것이다. 5급 이하 공무원은 경찰이 수사하도록 돼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공직자 범죄는 4급 공무원으로 제한돼 있었다. 공수처가 탄생한 지난해 1월부터 공직자 범죄 수사의 주무 기관은 검찰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검찰이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지 못하게 되면 큰 공백이 생긴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것은 그동안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공수처 설립의 명분은 성역 없는 권력 수사, 검찰권의 분산과 견제였다. 하지만 출범 이후 1년 4개월 동안 공수처가 보여준 모습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기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채 의혹 사건 송치밖에 없다. 공수처가 전력을 쏟아붓다시피 했던 ‘고발 사주’ 사건도 아직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검사가 연루된 사건들을 공수처가 수사함으로써 검찰 견제라는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검수완박 없이 윤석열 정부에서 오히려 검찰권이 강화됐다면 공수처의 이런 역할에 더 무게가 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검수완박이 현실화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단계적으로 축소돼 내년부터는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수사만 가능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립되면 이마저 폐지된다. 수사권이 없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연 2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가면서 공수처를 존치해야 하나.

더욱이 공직자의 직급과 범죄의 종류에 따라 검찰, 공수처, 경찰로 나눠서 수사를 하는 체계는 복잡하게 얽힌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데 효율적이지 않다. 어떤 사건을 어디서 수사할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면서 중복 수사 또는 수사 공백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검찰의 힘이 너무 세다는 이유에서 분리해 놨던 것인데,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 뒤에도 이런 시스템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 공수처의 존재 이유는 검수완박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중수청 설립을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 공수처를 중수청에 통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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