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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본점 직원 600억 횡령… 은행, 10년간 몰랐다

입력 | 2022-04-29 03:00:00

기업개선부 근무 차장급 직원, 2010~2011년 대우일렉 매각 관련
이란 업체서 받은 계약금 빼돌린듯… 경찰, 동생도 불러 공범여부 조사
금융권 ‘허술한 내부통제’에 충격… 금감원, 즉시 현장 검사 돌입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2.4.28/뉴스1


약 600억 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이 허술한 탓에 거액이 직원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는데도 첫 범행 이후 10년 동안이나 포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우리은행 본점 차장급 직원 A 씨가 27일 오후 10시 10분경 경찰에 자수해 업무상 횡령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앞서 같은 날 오후 6시 15분경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과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은행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는 A 씨는 2012년 10월과 2015년 9월, 2018년 6월 등 3차례에 걸쳐 은행 자금 약 6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개선부는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부서다.

A 씨가 횡령한 돈은 우리은행이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이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받아놓은 계약금으로 추정된다. 당시 매각이 무산되자 우리은행은 몰수된 계약금을 별도 계좌에서 관리해 왔다. 이 사건에 대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진행 중이라 소송 결과에 따라 우리은행이 엔텍합에 계약금을 돌려줘야 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자수하고 약 4시간 뒤인 28일 오전 2시경 A 씨의 동생이 경찰서로 찾아와 자신도 “자수하겠다”라고 했지만 진술서 작성은 거부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의 범행 수법과 공범 유무 등에 관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29일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동시에 A 씨 동생을 불러 범행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올 들어 오스템임플란트와 서울 강동구청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건이 이어진 데 이어 자금 관리가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마저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거액의 자금이 A 씨 계좌로 빠져나갔는데 은행 측이 알아차리지 못한 걸 두고 금융권에선 내부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 통제 체계가 어느 부분에서 허점이 있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규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