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해병대에서 끔찍한 성고문과 집단구타를 자행한 가해자의 모친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전화해 “힘든 건 아는데 나도 너무 힘들다”, “(우리 애가) 그럴 애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2차 가해를 일삼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군 인권센터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해자 중 일상적으로 폭력을 일삼고 전기이발기로 피해자의 음모를 밀기까지 했던 A 상병의 모친 B 씨가 사건이 공론화된 지 하루 만에 피해자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B 씨는 피해자에게 전화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할 거냐”며 사건 내막을 전혀 모른다는 듯이 물었다. 또 “지금 언론이고 어디고 엄청 해 놨던데”라며 피해자를 탓하듯 따졌고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의 말에는 “되게 슬퍼하고 힘든 건 아는데 나도 너무 힘들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피해자는 “(가혹행위를 당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감사합니다’랑 ‘알겠습니다’ 밖에 없다”고 답했다. 센터에 따르면 선임에게 가혹행위를 당할 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해병대의 오래된 악습이다. B 씨 모자는 이러한 악습을 이용해 가혹행위가 합의 하에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B 씨에게 “(전기이발기로 음모를 민 것이) 합의해서 한 것 같으냐”고 반문했고, B 씨는 “해달라고 한 사람이 미친 거고 밀어준 사람도 잘못된 거지, 장난도 정도가 있지”라며 가혹행위들이 합의 하에 벌어진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심한 장난 정도로 치부했다.
또 피해자가 “A 상병이 저 많이 때렸다”고 말하자 B 씨는 “(A 상병이) 누굴 때리고 그럴 애가 아닌데 왜 그랬을까”라며 피해자가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책임을 돌렸다.
사건 전후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던 지인이 B 씨에게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하자 B 씨는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냐, (내가) 너무 충격받아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