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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검수완박 대안 ‘한국판 FBI 신설’ 현실성 논란

입력 | 2022-04-14 03:00:00

[검수완박 충돌]“제 역할 못하는 공수처 전철 밟을수도”
“수사지연 등 실태 파악 못한채 졸속으로 출범땐 혼란 가중”
새 수사기관 설립전 공백 우려도… 윤호중 “설립전 檢개혁 시행 유예”
일선 경찰 “업무 늘어날것” 목소리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대안으로 들고나온 ‘한국판 FBI(미국 연방수사국)’ 신설 방안을 두고 13일 현실성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출범 1년이 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정착까지 거리가 먼 상황에서 단기간에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고 정착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통과 3개월 이후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면 새 수사기관이 생길 때까지 경찰이 사실상 모든 수사를 맡을 수밖에 없는데 수사 지연과 인권침해 등 부작용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거대 권력기관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
민주당은 전날(12일)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고 기소권만 남기는 검찰청법 개정안 등을 이달 중 먼저 통과시킨 뒤 향후 ‘한국판 FBI’ 관련법을 만드는 권력기관 2단계 개편 당론을 확정했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국가수사본부를 합치는 형태로 한국판 FBI를 만들자는 밑그림만 나왔을 뿐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까지 민주당에선 발의한 법안은 황운하 의원의 중수청법과 이수진 의원의 특수수사청법 등이다. 두 법안은 일부 차이는 있지만 신설 수사기관이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등 주요 내용은 같다.

전문가들은 FBI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 양홍석 변호사는 “미국은 뉴욕경찰(NYPD), 카운티경찰 등 수없이 많은 자치경찰이 대부분의 사건을 처리하고, FBI는 여러 주에 걸친 사건이나 법률로 정해진 범죄 등을 수사한다”며 “한국의 경우 자치경찰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수사기구를 만들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과 역할 배분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수사기관을 만들 경우 혼란이 가중되며 제 역할을 못할 가능성도 크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인력 구성, 영장청구권 등 면밀하게 제도 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공수처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 부실 수사, 납득할 수 없는 수사 결과 등 문제점에 대한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대한 권력기관만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판 FBI가 언제 설치될지 모르는 만큼 검찰 수사권 폐지 후 수사기관이 신설되기까지의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새 수사기관이 만들어질 때까지 경찰이 사실상 모든 수사를 맡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수사 공백이 생길 여지는 없다”며 “중수청을 만든다면 설립될 때까지 검찰개혁 법안 시행을 유예하게 된다. 6대 범죄 수사에 재능이 있는 검사라면 (신설되는) 수사기관으로 가면 된다”고 해명했다.
○ 경찰 실무진에선 업무 증가 우려
경찰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지휘부는 권한 확대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실무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 수사 부서에서는 과로를 호소하며 인사이동 때 비수사 부서를 지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실무 차원에선 경찰 업무가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경찰 4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13일 오후 1시 기준 응답자의 75%가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투표 결과가 나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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