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비공식 평화협상 우크라측, 눈 충혈되고 피부 벗겨짐 나타나” 러 소행설에 美-우크라는 일단 부인 중독 증세 아브라모비치, 푸틴 측근… 어제 이스탄불 휴전협상서도 목격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구단 첼시를 소유한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런던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서 첼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의 비공식 평화협상에 러시아 대표단으로 참석한 그는 협상 직후 심각한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 런던=AP 뉴시스
WSJ에 따르면 이달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평화협상 직후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루스템 우메로우, 다른 우크라이나 협상단원 한 명이 눈이 충혈되고 눈물을 흘리며 얼굴과 손 피부가 벗겨지는 등의 증세를 보였다. 아브라모비치는 몇 시간 동안 눈이 멀었고 음식 섭취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은 이후 건강 상태가 개선됐으며 생명에도 지장이 없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키이우 협상 즈음 아브라모비치와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아브라모비치가 참석한 협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지는 공식 휴전협상과는 별도로 진행됐다. 아브라모비치는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측 간 5차 휴전협상 장소 뒤편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건 배경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일부 소식통은 양국 평화협상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 강경론자들이 비밀리에 꾸민 일이라고 주장한다. 연방보안국(FSB)을 비롯한 러시아 정보당국은 오래전부터 반(反)체제 인사나 적국 정치인을 상대로 독극물 테러를 자행해 왔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2004년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치인 빅토르 유셴코, 2018년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군 고위 인사 세르게이 스크리팔 등을 독살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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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아브라모비치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양국 평화협상에 적극 관여해 왔고, 우크라이나 민간인 탈출을 돕는 등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에 대한 제재를 자제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