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진행된 민사 사건의 영상 재판 모습. 카메라와 마이크 등 실시간 중계 장치를 이용해 당사자나 대리인이 직접 법정에 오지 않아도 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민사·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재판은 불가능했다. 법 개정 이전에는 민사소송의 경우 변론준비기일에서만 영상재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민사에서는 변론기일, 형사에서는 공판준비기일까지 영상재판이 가능해졌다. 민사에선 원고와 피고 측의 합의 없이 한 쪽의 신청만으로도 영상재판이 열릴 수 있게 됐다.
영상재판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영상재판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2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개정안 시행 후 11, 12월 두 달 간 전국 법원에서 총 263건의 영상재판이 진행됐다. 전년동기(63건) 대비 4배가 넘는 수치다. 올 1~2월에는 총 390건에 달해 지난해 상반기 총 건수(118건)의 3배가 넘는 영상재판이 열렸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영상재판이 법정 출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데 공감하는 판사들과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판 일정이 연기되는 일도 막을 수 있어 활용도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형사재판에서 원격 증인신문이 가능해진 점도 영상재판 확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기존에는 민사재판에서만 원격 증인신문이 가능했고, 형사재판에서는 성폭력피해자 분리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허용됐다.
이에 따라 지방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가 원격으로 서울에서 열린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하는 사례, 재판부가 구치소의 중계시설을 통해 구속기간이 만료돼가는 피고인의 구속영장심사를 진행하는 사례 등이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지방법원 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의 재판에 참여하려고 하는 감정인이나 전문위원 등의 요청이 늘고 있다”면서 “영상재판 수요 증가에 대비해 중앙지법 내 영상재판 전용 법정을 대규모로 새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