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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노화 탓? 혈액질환 때문일 수도 있다[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입력 | 2022-03-23 03:00:00

골수증식성종양
혈액세포 과증식 등이 원인… 고위험군 기대수명 크게 단축
피로-복부 불편감 증상 발현… 노화로 오인 말고 검사받아야




고령 인구가 늘면서 노년의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혈액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혈액질환은 초기에 특이 증상이 없거나 자연스러운 노화 증상과 비슷해 놓치기 쉬워 평소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하고 기존 진단받은 질환이 다른 질환으로 진행하기도 하는 혈액질환으로 골수증식성종양이 있다. 적혈구가 과도하게 증식해 발생하는 ‘진성적혈구성증가증’과 혈액 내 혈소판이 너무 많아져 나타나는 ‘본태성혈소판증가증’, 이와 반대로 혈액세포 감소로 골수가 섬유화되는 ‘골수섬유화증’이 여기에 속한다.

골수증식성종양은 어떤 혈액세포가 증식되는지에 따라 각각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진성적혈구성증가증은 적혈구가 많이 만들어져 혈액이 진해지고 출혈의 위험이 높아진다. 적혈구가 비장에 축적돼 비장이 비대해지고 두통, 갈비뼈 아래 좌측 부분의 팽만감, 전신 가려움이나 어지러움, 얼굴 붉어짐 등도 나타날 수 있다. 혈전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 향후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혈소판이 정상 수치보다 많이 만들어지는 본태성혈소판증가증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혈소판이 과도하게 만들어진 경우에도 혈액이 끈끈해져서 혈전의 위험이 높아진다. 두 질환 모두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만성질환처럼 생각하고 관리해야 한다.

반면에 골수섬유화증은 혈액 세포를 과도하게 만들어내던 골수가 점차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섬유 조직으로 바뀌는 질환이다. 진성적혈구성증가증과 본태성혈소판증가증에서 진행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섬유화가 진행된 골수는 혈액 세포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적혈구 부족으로 인한 빈혈, 혈소판 부족으로 인한 출혈 위험이 증가하며 야간 발한, 체중 감소,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신체가 점차 쇠약해진다.

고위험군에서는 기대수명도 매우 짧아 진성적혈구성증가증이나 본태성혈소판증가증의 느린 진행과는 차이가 크다. 피로, 조기포만감, 복부 불편감, 활동성 감소, 집중력 문제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지만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착각해 진단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따라서 평소 환자가 증상의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고 주치의와의 상담하에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치료제가 개발돼 보다 근본적으로 골수섬유화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홍은심 기자


박진희 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진성적혈구성증가증이나 본태성혈소판증가증은 진행이 느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만성 질환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하지만 위중성이 높은 골수섬유화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평소 증상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