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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 튼튼한 남자가 되려면, 오늘부터 계단으로 출퇴근하세요”

입력 | 2022-03-23 03:00:00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

《# 오전 8시 54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줄이 길다. 층층이 서는 엘리베이터가 야속하다. 1분이 10분처럼 느껴지는 기다림의 연속. 배 부장(51)이 9층 사무실로 향하는 길은 인내가 필수다. 같이 기다리던 김 대리(32)가 계단을 이용하자고 한다. 거절하면 꼰대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배 부장이 얼떨결에 아침 계단 운동에 나선다. 8시 58분. 9층에 오르니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부쩍 약해진 하체를 보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는 출근마다 계단을 이용해서라도 생활 속 운동을 해야겠다는 작은 결심을 한다.》

출근길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보자. 사무실에 도착할 때 다리가 후들거리면 하체 근력이 약하다는 뜻이다. 소위 ‘하체부실남’ 인증이다. 남성으로서 자존심을 퍽 구기지 않으려면 평소 하체 근력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40∼50대 중년은 근육이 본격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 40대부터 10년마다 8%씩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남자의 근육량 감소 속도가 여자보다 빠르다. 중년 남성이 하체 근력 운동에 관심을 더욱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하체 근력을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전반적인 건강과 관련이 있어서다. 실제 미국 하버드 대 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매일 80계단, 4층 이상의 계단을 오르면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33%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면 당뇨병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뼈 건강과도 관련이 깊다. 하지 근력이 약하다면 무릎 관절에 충격이 반복적으로 전달돼 무릎 연골이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는 무릎 관절염으로 이어진다. 허벅지와 무릎 주변의 근육을 키워야 무릎 관절에 전달되는 체중의 하중과 충격 등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실제 40∼50대 남성 무릎 관절염 환자는 100만79명으로 20∼30대(10만440명)보다 10배 많을 정도로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하체 운동은 필수다.

그러나 의욕만 앞선 계단 오르기는 자칫 근육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아리 당기기 등 간단한 하체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계단을 오르자. 계단을 오를 때는 발 모양을 11자 형태로 두고 무릎이 모이지 않도록 한다. 또한 발바닥 전체로 터벅터벅 걸으면 무릎 관절에 충격이 전해질 수 있다. 발바닥의 절반 정도만 사용해 올라야 허벅지 앞쪽 근육을 발달에 도움이 된다. 계단 운동이 익숙해졌다면 두 계단씩 올라보자.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에 더 많은 자극을 줘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계단을 오를 때 무릎에서 소리가 나거나 시큰거림, 관절 통증 등이 느껴진다면 이미 무릎 관절염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이 경우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 치료법 가운데 약침치료는 무릎에 생긴 염증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연골을 보호하는 데 탁월하다. 아울러 침치료는 무릎 관절염의 수술률을 낮추는 치료법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침치료를 받은 무릎 관절염 환자의 수술률이 최대 80%까지 줄어들었다.

고층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매일 계단으로 출근하는 건 어떨까. 자신의 건강은 물론이고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