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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민車 공장 멈추고 물가 폭등… 서방 ‘제재 폭탄’에 휘청

입력 | 2022-03-10 15:51:00

주민 “북한 같은 상황 계속되면 떠날 것”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반전 시위대가 ‘전쟁 반대‘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러시아 전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1천여 명이 체포됐다. 2022.02.25. [모스크바=AP/뉴시스]


서방의 ‘제재 폭탄’을 맞은 러시아 경제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 시간) 러시아 국민차로 알려진 ‘라다’ 공장이 부품 부족으로 가동을 멈췄다고 전했다. 라다 모회사인 아브토바즈는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핵심 첨단 부품 20%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라다의 생산 중단은 러시아 자동차 공급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이미 제재로 인해 폭스바겐 르노 도요타 현대차 같은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러시아 내 생산을 멈췄다. 유일한 러시아 자체 브랜드 라다는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21%일 정도로 국민에게 인기가 높다.

WSJ은 “이번 생산 차질은 러시아 경제가 서방 제재의 충격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국제금융 결제망에서 퇴출돼 외국 기업과의 거래가 거의 차단됐고, 수입을 한다고 해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이전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

러시아 경제는 물가 폭등에도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 동안 내수용 신차 가격은 17%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TV 가격은 15%, 스마트폰 가격은 9.6% 각각 상승했다. 경제 제재 충격이 확산되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억압이 심해지자 러시아인 수천 명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현금을 챙겨 핀란드로 떠났다가 말을 돌보기 위해 러시아로 돌아가려는 말목장 주인 다샤 커릴로바 씨(55)는 “계속 북한 같은 상황에서 살아야 한다면 다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폭등세가 지속되면서 러시아는 ‘가격 통제’라는 극약처방까지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식료품과 의약품 등 가격을 정부가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비(非)우호국 출신 외국인이 지분의 25% 이상을 소유한 외국 기업(조직)이 러시아를 떠날 경우 그 자산을 국유화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7일 경제 제재에 동참한 한국 등 48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