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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러, 국가부도 가능성”… 3월에만 7억달러 빚 갚아야

입력 | 2022-03-04 03:00:00

[러, 우크라 침공]3대 신용평가사, 러 신용등급 강등
서방국들 연일 초강력 제재 쏟아내…러 부채상환 능력-경제 안정성 의문
뱅크런으로 83조원 유동성 부족…자금이탈 우려에 4일간 증시 폐장
은행 7곳 12일부터 국제결제 퇴출…美, 러 돈줄 정유사 수출통제 조치
美 MSCI 신흥국 지수서 러 배제



문 닫은 러 애플 매장 2일(현지 시간)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 남성이 문 닫힌 애플 매장 앞을 쳐다보고 있다. 애플은 이날부터 러시아에서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 판매는 물론이고 애플페이 같은 결제 서비스 운영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면서 러시아의 국가부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의 추가 하향 가능성도 밝힌 터라 언제 부도가 닥쳐도 이상하지 않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 경제의 자금줄인 정유업계는 물론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운 벨라루스까지 제재하는 등 연일 초강력 제재를 쏟아낸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 2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분이 6조9000억 루블(약 83조4900억 원)로 전날보다 약 28% 늘었다고 밝혔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금 이탈을 우려한 러시아 정부가 주식시장의 문을 닫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4일 연속 증시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는 “12일부터 러시아 은행 7곳을 결제망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 “제재가 러 부채 상환 능력 약화”


피치는 2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6계단 낮은 ‘B’(투기 수준)로 매기고 추가 하향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세계 11위 경제대국인 러시아 채권이 중남미 볼리비아와 같은 등급, 즉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추락한 것이다. 피치는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의 부채 상환 능력 및 의지, 거시 경제의 안정성 등을 약화시켰다고 평했다. 피치 기준으로 BB+ 이하 채권이 투기 등급이다.

이날 역시 6계단을 낮춘 무디스 또한 서방의 제재 범위와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S&P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이미 러시아를 투기 등급으로 강등하고 추가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1998년 루블화 국채의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하며 사상 최초로 부도를 맞았다. 당시 미 달러 표시 채권은 상환했지만 이번에 부도를 맞을 경우 달러 부채 또한 갚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중앙은행까지 제재하며 사실상 자금줄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JP모건도 러시아가 3월 한 달에만 7억 달러(약 8400억 원) 이상의 부채를 갚아야 한다며 디폴트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날 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역시 “9일부터 러시아를 신흥국 지수에서 제외한다”며 많은 투자자가 러시아 주식시장을 투자할 수 없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지수도 7일부터 러시아 증시를 제외하기로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때 시총 1000억 달러(약 120조 원)를 넘었지만 서방의 제재 철퇴를 맞은 러시아 대표 은행 스베르반크는 2일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단돈 ‘1페니(약 17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러시아 증시가 언제 다시 문을 열더라도 자본이 썰물처럼 이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美, 러 정유사·벨라루스 제재


미 백악관은 2일 “에너지 공급 국가로서 러시아의 위상을 떨어뜨리겠다”며 러시아의 핵심 자금줄인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 조치를 내렸다. 원유와 가스 추출 장비의 수출을 막아 정유시설의 고도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러시아의 무기 개발 및 생산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전투기, 미사일, 무인항공기 등 22개 러시아 국방 관련 기관도 제재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으나 이것이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핵심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대한 기술 및 소프트웨어 수출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공격에 쓰이는 각종 군사 장비 및 기술이 벨라루스를 거쳐 러시아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EU도 벨라루스 은행까지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