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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발판 삼아 ‘유럽 정복’ 나서는 K2 흑표

입력 | 2022-02-20 10:15:00

화력·기동성·가격 3박자로 독일 전차 압도




[사진 제공 · 국방부]




한국산 전차의 수출 ‘대박’이 감지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K2 ‘흑표’ 전차다. 도입 초기 파워팩(전차 엔진 및 변속기) 국산화 과정의 난항으로 ‘마음고생’을 한 K2 전차. 이제 우수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은 물론, 우호적인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유럽 방위산업 시장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K2 전차의 파생형 모델 K2NO는 노르웨이에서 독일 레오파르트2 전차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르웨이 육군은 구형 레오파르트2A4 전차를 대체하는 ‘P936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93억 크로네(약 2조6000억 원) 예산을 투입해 신형 전차 50여 대를 현지 면허 생산하는 것이 뼈대다. 향후 예비 전력 소요까지 합치면 물량은 최대 200대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노르웨이 설원 주파할 기동력
지난해 12월 K2 전차 개발사 현대로템은 노르웨이로 K2NO 시제 차량 2대를 보냈다. 이어서 독일 방산업체 크라우스 마페이 베그만(KMW)도 레오파르트2A7+ 시제 차량 2대를 보내면서 올해 1월 본격적인 비교 평가가 시작됐다. K2NO의 경쟁 모델 레오파르트2A7+는 독일이 2017년 유럽 표준 차세대 주력 전차로 개발한 레오파르트2 시리즈의 최신 모델이다. 기존 44구경장(口徑長: 총포 구경 단위로 나타낸 총포신 길이) 주포를 더 강력한 55구경장 활강포로 교체하고 장갑 재질과 사격통제장비 등을 일신했다. 대대적 개량에 따라 중량도 기존 모델보다 12t 이상 늘어 67.5t의 육중한 전차가 됐다. K2NO 전차도 만만찮게 성능을 개선했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K2 전차를 대폭 개량해 61t 수준의 전투중량을 지녔다. 그만큼 방어력이 향상됐고 원격제어식 기관포 등 첨단 장비도 대거 적용됐다.

P9360 사업이 시작될 때만 해도 노르웨이에선 레오파르트2A7+의 낙승이 점쳐졌다. 오랫동안 레오파르트 시리즈 전차를 운용했기에 군수 보급 시스템이나 교육훈련 면에서 K2NO보다 레오파르트2A7+가 낫다는 이유에서였다. 전차병 출신이 주로 모인 현지 퇴역 군인 단체가 공개적으로 레오파르트2A7+ 도입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K2NO는 본격적인 평가 전부터 ‘레오파르트2A7+ 전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들러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현지 평가가 시작되자 노르웨이 여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K2NO 전차가 기대 이상 성능을 보여주면서 레오파르트2A7+를 압도한 것이다. K2NO 전차가 소구력을 발휘한 주된 원인은 바로 노르웨이의 자연 환경. 노르웨이는 전체 국토의 26%가 산림이다. 특히 가상적국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북부지역은 대부분 험준한 산악지형이다. 게다가 강설량도 많아 보통 차량은 움직이기조차 어렵다.

레오파르트2A7+는 대평원지역에서 운용을 전제로 설계됐다. 기본형 모델이 처음 등장한 1980년대에는 50t대 중량, 1500마력 고출력 엔진으로 경쾌한 기동성을 자랑했다. 다만 그 후 40년간 엔진 출력 증가 없이 중량만 20t 가까이 늘어 기동성과 포탑 회전 속도 등 핵심 성능이 크게 악화됐다. 눈이 많이 오는 지형에서 전차 중량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하중이 무거워질수록 접지압(接地壓)이 증가해 설원지대에서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노르웨이가 공개한 설원지대 주행 평가 영상을 보면 K2NO 전차는 레오파르트2A7+ 전차와 나란히 달리다 이내 속도를 올려 레오파르트2A7+를 따돌린다. 눈이 두껍게 쌓인 설원에서 자유자재로 지그재그 회피 기동을 구현하기까지 한다. K2NO 전차의 우수한 기동성을 잘 보여준다. 기동성 못지않게 중요한 K2NO 전차 차체의 특징은 유기압 서스펜션. 산악지형이 많은 노르웨이에서 육군의 고지대 매복 작전에 유용할 만한 기능이다. 서스펜션과 높은 주포 앙각을 이용해 적 헬기 공격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모델과 차별화된 능력이다.

전차에서 핵심인 화력은 어떨까. K2NO 전차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CN08 55구경장 활강포를 탑재한다. 현존 최강 전차포로 불리는 이 모델은 신형 K279 날개안정식철갑탄을 사용할 경우 1800m/s급 포구 초속을 발휘할 수 있다. 2㎞ 거리에서 압연균질강판(RHA) 750~800㎜를 관통할 수 있는 위력이다. 전차 모델로 따지자면 러시아 T-90MS나 T-14 아르마타를 격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레오파르트2A7+는 라인메탈 RH120/L55 120㎜ 활강포와 DM53 날개안정식철갑탄을 사용한다. 1750m/s의 포구 초속을 발휘해 700~760㎜급 RHA를 관통할 수 있다. 화력 면에서 K2NO 전차가 라이벌을 압도하는 모양새다.

독일 방위산업체 크라우스 마페이 베그만(KMW)의 레오파르트2A7+ 전차. [사진 제공 · 크라우스 마페이 베그만]


‘메이드 인 코리아’ 지상무기 수출 신호탄
노르웨이 신형 전차 사업의 승자를 가릴 중요한 변수는 바로 가격. 레오파르트2A7+ 전차 가격은 독일연방군 납품가 기준으로 대당 1500만 유로(약 200억 원) 정도다. 그러나 2013년 카타르에 납품할 때 실제 가격은 400억 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는 이번 전차 도입 사업을 현지 면허 생산과 기술 도입 형태로 조달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레오파르트2A7+ 가격이 얼마까지 치솟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 K2 전차는 한국군 납품가 기준 80억 원대다. 증가장갑과 능동 방어 장치 등 첨단 옵션을 추가해도 대당 100억~13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성능은 경쟁 모델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면서 가격은 절반 이하인 것. 성능과 가격 경쟁력만 따지면 K2NO 전차가 노르웨이 신형 전차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K2NO가 이번 수주전에서 탈락하더라도 현대로템은 크게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인다. 노르웨이처럼 극한의 지형 조건을 가진 국가에서 주력 전차로 수십 년간 군림한 레오파르트2 시리즈 최신 버전과 당당히 경쟁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향후 글로벌 방위산업계에서 상당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이 K2NO를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유럽 국가들은 신형 전차 도입에서 화력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여긴다. 유럽 안보의 잠재적 위험 요소인 러시아가 주력 전차 T-90MS를 대량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이 운용하는 기존 전차로는 T-90MS를 상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추진되는 차세대 전차 개발 사업 MGCS(Main Ground Combat System)가 양국의 밥그릇 싸움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새로운 도전자에게 유리한 시장 환경이다.

성능과 가격은 물론, 유럽 방위산업 여건까지 K2NO 전차에 유리한 형국이다. 이번 노르웨이 신형 전차 수주전이 ‘메이드 인 코리아’ 지상무기 수출 대박의 신호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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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7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