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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가뭄’ 속 강남구 집값 15개월 만에 꺾여…서울 하락세 확대

입력 | 2022-02-17 19:02:00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매물이 조금씩 쌓이면서 호가를 내리겠다는 집주인이 늘고 있어요. 집값은 내렸는데 선뜻 사겠다는 사람은 없어요.“(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4000채 규모 대단지인 은마아파트 30평대 아파트(전용면적 76㎡)는 지난달 11일 24억9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26억35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1억4500만 원 떨어졌다. 현재 최저 호가는 22억 원대로 낮아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매수자들은 20억 원 이하로 사려 해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1년 3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거래가 급감하자 집주인들이 하나둘씩 호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강남구 일부 단지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이 한두 건씩 거래되며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450채 규모 삼성아이파크 50평대(전용 145㎡) 9층 매물은 지난달 26일 42억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56억 원에 팔린 매물(같은 동 34층)보다 14억 원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고층과 저층 실거래가가 10억 원 정도 차이 나는 걸 고려해도 시세 대비 3억~4억 원 정도 낮게 매매됐다”고 했다.

이번 주 2주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한 송파구도 급매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2700채 규모 레이크팰리스는 이달 8일 전용 84㎡가 23억 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매매가(24억8000만 원)보다 1억8000만 원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다른 집으로 옮기려는 집주인이 급하게 팔아야 했던 매물”이라며 “급매 위주로 가뭄에 콩 나듯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며 거래가 실종된 단지도 적지 않다. 매수자와 매도자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며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것이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2400채 규모 삼풍아파트는 지난해 12월 두 건이 실거래된 이후 올 1월부터 한 건의 거래 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급매물 위주의 하락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 “집값 고점에 대한 피로감,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으로 적어도 올 상반기(1~6월)까지는 집값 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기존 최고가를 경신하는 거래도 나오고 있다. 특히 16일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이 통과 된데다 양대 대선 후보 모두 재건축 활성화를 내걸고 있기 때문에 주요 재건축 단지 집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압구정동 현대1차 아파트 64평(전용 196㎡)은 지난달 80억 원에 거래 되며 지난해 3월(64억 원) 이후 10개월여 만에 16억 원 상승했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사업지로 거론됐던 여의도 삼부아파트는 지난달 27억 2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직전 최고가보다 3억3000만 원 오른 수준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단지에 대한 잠재 수요는 여전히 크다”며 “당장은 주요 지역 집값이 떨어져도 향후 규제 완화 신호가 나오면 집값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