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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왕 “찰스 왕위 오르면 커밀라엔 왕비 칭호”

입력 | 2022-02-07 03:00:00

즉위 70주년 기념 성명서 밝혀
그동안 다이애나 고려해 ‘빈’ 칭호 예정
“안정적 승계 고려해 호칭 정리한 것”
70주년 공식 기념행사는 6월 개최



즉위 70주년을 하루 앞둔 5일(현지 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노퍽주 자신의 샌드링엄 별장에서 이 지역 주민 및 자원봉사자 등을 초청해 주최한 70주년 기념 연회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샌드링엄=AP 뉴시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96)이 자신의 아들인 찰스 왕세자(74)가 왕이 되면 그의 아내인 커밀라 파커 볼스(75)가 ‘왕비(Queen consort)’ 칭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현지 시간)로 여왕 즉위 70주년을 맞은 가운데 차기 국왕인 찰스 왕세자의 안정적인 왕위 계승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BBC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5일 즉위 70주년 기념 성명에서 “찰스가 왕위에 오르면 (영국 국민들이) 내게 준 것과 같은 지지를 커밀라에게도 보내줄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커밀라가 왕비로서 충성을 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커밀라는 찰스 왕세자의 두 번째 부인이다. 런던 귀족 집안 출신인 커밀라는 1971년 당시 자신의 친구의 집에서 찰스 왕세자를 처음 만났다. 친구가 된 이들은 서로 호감을 가졌지만 1973년 커밀라는 예정됐던 약혼자와 결혼했고, 찰스 역시 1981년 첫 번째 부인이자 왕세자빈이 된 다이애나 스펜서와 결혼했다.

하지만 찰스와 커밀라는 불륜 관계에 빠졌다. 이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이혼(1996년),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차량 사고사(1997년)가 발생했다. 커밀라는 찰스 왕세자와 2005년 결혼해 왕세자빈 지위에 올랐지만 여론은 그에게 비판적이었다.

커밀라의 칭호도 왕세자빈의 공식 호칭인 ‘웨일스 공비(Princess of Wales)’가 아니라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으로 불렸다. 2005년 영국 헌법부는 커밀라가 찰스 왕세자의 왕위 계승 이후 ‘왕비’ 칭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하원의 반대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에 대한 동정 여론이 겹치면서 찰스 왕세자가 국왕에 오르더라도 커밀라는 왕비보다 격이 낮은 왕의 배우자를 뜻하는 ‘빈(Princess Consort)’이란 칭호를 쓸 예정이었다.

커밀라는 “찰스가 영국 국왕으로 즉위해도 ‘왕비’가 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여왕이 즉위 70주년을 맞아 찰스 왕세자의 권위와 안정적인 왕위 이양을 위해 커밀라에 대한 호칭 논란을 정리한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5일 잉글랜드 동부 노퍽주에 있는 왕실 샌드링엄 별장에서 지역주민들을 만나 기념 케이크를 자르는 등 조촐한 즉위 70주년 행사를 열었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여왕은 지난해에는 각종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팡이를 짚었지만 하늘색 원피스 차림에 밝은 표정으로 건강해 보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여왕의 즉위 70주년 공식 기념행사는 6월 2∼5일 개최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52년 2월 6일 왕위에 올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