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벗어나 재기를 노리던 광학 업계가 또 다른 악재인 반도체 수급난에 빠져 몸살을 앓는다.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은 신제품 출시 일정, 업계 성수기를 앞두고 부딪힌 악재라 더욱 뼈아프다.
코로나19 팬데믹 창궐 후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자 디지털 카메라·교환식 렌즈 등 광학 기기 수요와 생산량은 함께 곤두박질쳤다. 일본사진영상공업회(CIPA)의 조사 결과, 업계 성수기인 2020년 3월~5월 디지털 카메라 생산량은 2019년 같은 기간의 27%~47%에 머물렀다.
세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자, 광학 기기 수요와 생산량은 2020년 말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2021년 1월~6월까지는 2020년 같은 기간보다 디지털 카메라를 100%~192% 더 많이 만드는 등 업황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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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2021년 연도별, 월별 디지털 카메라 생산량. 출처 = CIPA
하지만, 2021년 9월 이후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덮친 반도체 수급난이 광학 기기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2021년 9월~11월 디지털 카메라 생산량은 2020년 같은 기간의 67%~77%, 2019년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
광학 기기 신제품의 출시, 판매 지연이 이어졌다. 소니는 2021년 11월 미러리스 카메라 일부 제품의 주문 접수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a7 II 시리즈와 a6400, a6100 등 구형 미러리스 카메라에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ZV-E10과 a6600, a7C 등 신형 미러리스 카메라의 주문 접수를 중지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의 수급난 때문에 a7 II와 a6100 등 일부 제품을 단종한다고도 공지했다.
캐논도 지난해 12월 고급 미러리스 카메라 EOS R3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주문 후 발송에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공지했다. 후지필름도 미러리스 카메라 교환식 렌즈 XF 23mm F1.4R LM WR 등 일부 제품의 판매 일정을 부품 수급 지연 때문에 미룬다고 밝혔다.
니콘 Z9
니콘은 지난해 7월 미러리스 카메라 Z fc 렌즈 키트의 출시 일정을 3개월 가량 미뤘다. 같은해 12월에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최고급 미러리스 카메라 Z9의 생산과 판매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야마키 카즈토 시그마 회장은 교환식 렌즈 생산 여부를 묻는 한 트위터 사용자의 질문에 ‘반도체 수급 문제가 일부 제품의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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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의 수급난에 따라 신제품 구매 예약 수량을 조절해서 받는다. 소비자에게 제품 배송 지연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대비 중이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