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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저명 경제학자인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82)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가 최근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낮은 생산성 등으로 일본 경제가 정체되면서 선진국 지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노구치 교수는 “상상하기 싫지만 일본이 주요 7개국(G7) 회원국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에 한국이 들어갈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노구치 교수는 6일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온라인판에 ‘일본은 선진국에서 탈락 목전, 2022년은 변화의 기로’라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밑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이 선진국 탈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 소위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이 됐다. 1970년대부터 줄곧 1인당 GDP가 OECD 평균을 웃돌며 50년 동안 선진국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폭발했고, 이후 장기간 경기 침체를 거치며 1인당 GDP 순위가 하락했다. 2020년 OECD 회원국 평균을 1로 계산했을 때 일본 1인당 GDP는 0.939에 그쳐 평균에 못 미쳤다. 노구치 교수는 “2030년경이면 일본 1인당 GDP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일본은 어떤 정의(定義)에 의해서도 선진국이라 말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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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인당 GDP가 성장하지 않는 것은 낮은 노동 생산성 때문이기도 하다. 노구치 교수는 “노동생산성 지표로 일컬어지는 취업자 1인당 GDP에서 2019년 한국이 일본을 역전했다”며 “일본 노동생산성은 주요 7개국(G7) 회원국 중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취업자 1인당 GDP는 7만8293달러(약 9300만 원)였지만 한국은 7만9500달러였다. G7 회원국 평균은 10만3338달러였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3% 정도 낮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일본이 G7 회원국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에 한국이 들어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일본인 사이에 위기의식이 결여돼 있는 게 문제라면서 노구치 교수는 올해 적어도 OECD 평균 성장률을 실현해야 일본이 성장 기조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정보기술(IT) 혁신으로 성장 기폭제를 마련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대(大)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결국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노구치 교수는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대장성(현 재무성)에 들어갔다. 대장성 관료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석사,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대장성을 그만두고 사이타마대 히토쓰바시대 도쿄대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전공은 일본경제론.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경제매체 겐다이비즈니스에 ‘일본은 20년 후 경제 규모에서 한국에 추월당한다’라는 칼럼을 게재한데 이어 다른 경제매체 도요게이자이에는 ‘월급이 오르지 않은 일본과 오른 한국, 무엇이 다른가’라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