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경기도 순직 소방공무원 영결식에서 운구행렬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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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소방관 3명의 합동영결식이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됐다. 한편 화재 불과 40일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이 현장을 점검한 후 화재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나타나 ‘예견된 인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문 대통령 참석…유해 현충원 안장
8일 오전 열린 영결식에서는 고 이형석 소방경(51) 박수동 소방장(32) 조우찬 소방교(26)와 함께 일하던 평택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채준영 소방교(34)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별사를 읽었다.채 소방교는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놓칠까 메케한 연기 속으로 묵묵히 들어가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팀장님 수동아 우찬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뜨겁지 않은 세상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충혈된 눈으로 원고를 읽던 채 소방교는 몇 번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영정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 앞에 주저앉은 유족들은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영결식장을 지키던 동료들은 “미안하다” “고생 많았다”라는 인사를 남기며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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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행렬이 행사장을 빠져나가자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순직 소방관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정부는 순직한 소방관 3명에게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 10일 합동감식…화재원인 본격수사
이번 사고는 사전에 여러 번 예고된 것이었다.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11월 23일 이 공사장의 ‘1, 4층 작업 현장’을 점검한 후 “4층 배관 절단 작업 시 화재 위험이 있다. 불티 비산(날아서 흩어짐) 방지포 및 소화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일주일 후 개선내용까지 확인했지만 이후 한달 여 만인 5일 밤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공사장에서는 2020년 12월에도 구조물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약 한 달 간 공사가 중단됐지만 준공은 올 2월로 바뀌지 않았다. 경찰은 늦은 밤 시간에 화재가 발생한 만큼 준공 일정을 맞추느라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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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찬 소방교의 외삼촌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화재 당시 안전관리자는 현장 작업자가 5명뿐이었다고 했지만, 일부 작업자가 3명 더 남아 있다고 주장해 혼선이 빚어졌다”며 “좀 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수색했다면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있지도 않은 생존자를 찾느라 불필요하게 구조팀이 투입됐다는 지적이다. 유족들은 소방당국에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