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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아이템 수익 포기하자 ‘돈쭐’…일주일간 3억 기부금 모여

입력 | 2022-01-09 20:59:00


“게임 유저(이용자)로서 무언가 선한 영향력을 보여줍시다.”

지난해 12월 25일 오전 4시,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 이용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글이 올라왔다. 함께 돈을 모아 게임 운영사인 스마일게이트의 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하자는 제안을 담은 글이었다.

이 글에 기부 인증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각자 5000원부터 5만 원까지 금액을 낸 화면을 찍어 올리며 기부를 독려했다. 이틀 만에 1억5000만 원이 모였다. 이용자들은 “게임에 이렇게 낭만이 가득할 수 있는 건가” “살면서 처음 기부라는 걸 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글을 올렸다. 이 회사 사회공헌 재단에 일주일동안 모인 기부금은 총 1만2000건에 3억 원에 달했다. 재단은 이 돈을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아동과 청소년을 돕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20, 30대가 주축인 이 게임 이용자들이 자발적인 기부에 나선 건 게임사의 유료 아이템 수익 포기 선언이 계기가 됐다. 지난달 스마일게이트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함께 플레이하는 이 게임(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이용자들에게 “연간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게임 내 유료 거래 수단 서비스를 일부 포기하고 유저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고급 아이템 추가 획득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쓰게 하는 기능을 없앤 것이다. 그동안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과 과도한 과금에 불만을 가졌던 이용자들은 게임사의 결단에 환호했다. 발표 이후 이 게임의 월 평균 이용자 수는 기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의 게임은 다른 게임과 비교해 과도하지 않은 과금 체계로 지난해부터 입소문이 났다. 이 게임이 치킨업체 등과 진행한 제휴 이벤트도 “돈쭐(돈+혼쭐, 구매를 통해 기업을 응원하는 것)’을 내주자”는 유저들이 몰려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게임 이용자들은 불투명한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반발해 일부 게임 회사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모인 이용자들이 전광판 트럭에 구호를 노출시키는 시위를 기획하고 돈을 모으는 조직력을 보여줬다. 불만을 품고 인기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떠나는 이용자들을 뜻하는 ‘메난민’(메이플스토리 난민)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게임사들은 게임 운영 개선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 게이머는 게임도 ‘공정’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용자와의 소통을 거쳐 공정한 정책을 시행한 게임사에는 상을 주고, 반대의 경우에는 벌을 주는 형태의 집단행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