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로고. © News1
129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문으로 쪼개진다. ‘경영의 신’으로 불린 잭 웰치의 지휘 하에 한 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GE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 하고 끝내 여러 기업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9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GE는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항공 부문은 지금의 GE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의 지분을 19.9% 소유할 예정이다. 로런스 컬프 현 GE CEO는 앞으로 항공 사업 부문만 이끌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비상임 의장을 함께 맡게 된다.
컬프 CEO는 이날 성명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3개의 글로벌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각각의 기업들이 더 높은 집중도와 자원 배분, 전략적 유연성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우리의 기술 전문성과 리더십을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G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세계적 금융회사로 발전했던 GE캐피탈이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며 경영난을 겪게 됐고, 전통 제조업은 애플, 구글 등 디지털 기업들에 밀려나며 정상에서 멀어져 갔다. GE는 사업 구조조정과 CEO 교체 등을 통해 재기를 도모했지만 혁신 기회를 번번이 놓쳤고 2018년에는 1907년부터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한 때 500달러를 넘보던 주가는 지금은 100달러 초반으로 내려왔고 시가총액 역시 5분의 1토막이 나며 평범한 중견 기업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컬프 CEO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들을 구조조정하면서 GE의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간 GE의 덩치를 키웠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회사에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를 3개로 나누겠다는 이날 GE의 결정은 대체로 월가의 호평을 받았다. 조지프 오데아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노트에서 “분사는 비용이 수반되지만 집중화된 기업 3곳의 민첩함이라면 이런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많은 부채 때문에 GE의 부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