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날은 간다’ 개봉 20주년 허진호 감독 인터뷰 “지나가고 변하는 것들에 대한 찬란한 슬픔이 담긴 가요 공감 젊은 세대까지 대사 회자돼 신기”
올해 개봉 20주년을 맞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이영애·왼쪽)와 상우(유지태)가 은수의 집에서 라면과 김치를 먹는 장면. “라면 먹을래요?”라는 은수의 말을 시작으로 둘은 연인이 된다. 동아일보DB
올해는 ‘봄날은 간다’ 개봉 20주년. 영화는 22일부터 열리고 있는 강릉국제영화제를 계기로 영화 촬영지인 강릉에서 23일 재상영됐다. 영화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과 배우 유지태도 자리를 함께했다. 27일에도 한차례 더 상영한다.
재상영을 앞둔 21일 허 감독은 동아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이렇게 오랫동안 회자되고 게다가 강릉에서 재상영될 거라고는 촬영 당시엔 상상도 못했다”라며 “지금 젊은 세대들까지도 영화 속 대사를 쓰는 모습은 그저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가 한국 멜로 영화의 교과서이자 명작이 된 이유로는 영화 속 연애가 살아 숨쉰다는 점이 꼽힌다. 영화는 두 사람이 호감을 가지는 과정, 연애가 시작되는 순간의 머뭇거림과 설렘,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는 연애의 모습, 두 사람의 상대에 대한 감정 온도차 등을 솜씨 좋게 세공해낸다. 누군가의 실제 연애와 이별 과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연애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영화엔 동명의 노래인 가수 고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의 정서가 녹아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로 시작하는 노래다. 오래 전 허 감독 어머니는 아버지 환갑잔치에서 연분홍 치마를 입고 와서 이 노래를 불렀다. 허 감독은 “그때 처음 그 노래를 알았는데 노래엔 사랑, 세월, 젊은 날 등 지나가고 변하는 것들에 대한 ‘찬란한 슬픔’이 담겨있었다”라며 “그 노래의 정서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만든 게 ‘봄날은 간다’였다. 영화에 담긴 그런 정서를 아직도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는 거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렇듯이 가끔 열어봤을 때 젊은 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지금 처음 보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연애나 세월에 대한 감정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