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송현수 지음/248쪽·1만5000원·MID ◇소재, 인류와 만나다/홍완식 지음/360쪽·1만8000원·삼성경제연구소
정답은 가운데의 고양이다. 신간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에 따르면 낮은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 후각을 극도로 발달시킨 고양이는 코에 물이 묻는 걸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개와 고양이를 모두 길러 본 사람이라면 두 동물이 남긴 물그릇 주변이 서로 완전히 딴판이라는 사실을 알 테다. 얼핏 보면 비슷한 방식으로 물을 마시는 것 같지만 개의 물그릇 주변에는 물난리가 나는 한편 고양이 물그릇 주변은 물 한 방울 없이 깔끔하다. 왜 그런 걸까.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에서 과학적 호기심을 발동시킨 생활밀착형 과학책 2권이 출간됐다.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온 동식물의 모습을 유체역학의 시각으로 살펴보고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흥미로운 과학지식을 전달한다.
개와 고양이 물그릇의 비밀은 바로 이들의 ‘혀’에 있다. 개와 고양이 모두 혀를 물에 댔다 떼 표면장력으로 혀끝에 달라붙은 물을 마신다. 개는 혀를 말아서 국자 모양으로 만들어 물에 푹 담그는 반면 고양이는 혀를 세워 끝만 살짝 물에 대는 것이 차이점. 이 과정에서 개의 혀에 고였던 물은 대부분 다시 흘러나와 자연스레 물그릇 주변이 지저분해진다. 저자는 개와 고양이의 신체 특징 및 기본성격에서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다소 활발한 성향의 개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물장구도 치지만 고양이는 물을 매우 싫어한다. 고양이 헤엄이나 개 세수가 없는 이유다.
식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로봇에 적용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오이 호박 포도 같은 덩굴식물은 줄기가 물체에 닿으면 그 반대편 세포의 생장 속도가 빨라져 곧게 자라지 않고 물체 쪽으로 휜다. 이탈리아 공학 연구소의 연구진은 최근 덩굴식물에서 영감을 얻어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 잘 휘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덩굴손이 액체를 이용한 삼투 현상으로 세포 내 팽압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연구진은 탄소 전극에 이온을 흡착시키는 방식으로 이온 액체를 이동시켜 로봇의 작동을 구현했다.
20세기까지의 소재 역사는 돌부터 플라스틱까지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날카로운 것이 필요했던 최초의 인류는 돌을 깎음으로써 자연물을 ‘소재화’하는 법을 터득했고 금속, 콘크리트, 유리, 고무 등을 거쳐 20세기 기적의 신소재인 플라스틱까지 왔다.
저자는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도 함께 짚는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총 질량이 2020년을 기점으로 자연에서 만들어진 생명체의 총 질량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는 것.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생활 속 과학지식에 목마른 이들에게 두 책을 권한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