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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간 이어져 온 더불어민주당 경선 레이스 끝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누적 득표율 50.29%로 결선 투표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 지사는 광주전남 경선을 제외하면 과반 이상의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지만 마지막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충격패’를 기록했다. 전체 24만8880표 중 7만441표(28.30%)를 기록하며 62.37%(15만5220표)로 1위를 차지한 이낙연 전 대표의 절반에 못 미친 것. 굳어져 오던 ‘이재명 대세론’이 막판 대장동 의혹 논란 속에 사실상 뒤집혔다는 평가다.
이 전 대표 측이 경선 도중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가 무효표로 처리된 것에 대해 11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하기로 하면서 결선 여부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캠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만큼 일단 수용해 검토는 해야 한다”며 “캠프 간 갈등이 지지자 간 싸움으로 확산되면 법적 다툼과 분당(分黨)도 불가피해진다. 그럼 본선 필패다”라고 했다.
● 당심과 민심 간 괴리 드러나
이 지사는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서울 지역 경선에서 51.45%를 얻으며 이 전 대표(36.50%)를 여유 있게 앞섰다. 문제는 같은 기간 국민과 일반 당원 24만8880명이 참여해 국민여론조사 성격이 강한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62.37%)와 이 지사(28.30%)의 득표율이 큰 격차로 뒤집힌 것. 여권 관계자는 “당심과 민심 간 격차가 본격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3차 선거인단 투표는 투표율도 81.39%로 1차(70.36%)와 2차(49.68%) 선거인단 투표보다 크게 올랐다. 광고 로드중
이 지사는 이날 경선 후 방송 인터뷰 등에서 “제가 모든 지역에서 다 이길 수 없는 것이고, 결국은 국민들의 절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며 “국민이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투표 결과에 대장동 사건의 영향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을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지명 축하 메시지를 낸 것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도 축하 말씀을 주셨다니까 저는 그냥 당 결정하는 대로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 이낙연 측 “공식 이의제기”
이 전 대표 측도 이날 예상치 못한 결과에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전 대표를 포함한 캠프 소속 의원 전원이 모여 긴급회의를 연 결과 당 대선 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 제기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당 선관위에 공식 접수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경선 불복 메시지다.앞서 사퇴한 정 전 총리(2만3731표)와 김 의원(4411표)의 표를 사표 처리하지 않고 전체 투표자 모수에 포함시킬 경우 총 투표자 수는 148만8134표로 올라간다. 모수가 변하기 때문에 이 지사의 득표율도 50.29%가 아닌 49.3%로 내려간다는 게 이낙연 캠프 측 추산이다. 이낙연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무위원회가 됐던, 최고위원회의가 됐던, 어떤 형태로든 이번 이의 제기에 대해 재검토해 분명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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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사태에 민주당 지도부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당 선관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규에 중도 사퇴한 후보의 표는 무효 처리한다고 분명히 돼 있다”고 해명했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가보지 않은 길이라 당장 절차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경선 무효표 처리 방식에 대해 이미 이낙연 캠프에서 한 차례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 당 선관위에서 만장일치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며 “똑같은 내용을 다시 문제제기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다만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정권 재창출이냐, 교체냐를 두고 여야 간 끝장 싸움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부 단합 없이는 필패 가능성이 높다”며 “일단 이낙연 캠프 측의 이의제기를 다시 검토하기로 하고, 그 뒤에 나오는 결과에 대해선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가 책임지고 리더십을 발휘해 ‘원팀’으로 단합시켜야 한다”고 했다.
● 야당 공세, 검찰 수사도 변수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야당과의 ‘프레임 싸움’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9일 경기 지역 경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후안무치한 도적 떼가 나라살림을 맡겠다는 건가”라며 국민의힘과의 본선에 앞선 예열에 돌입했다. 민주당도 10일에만 두 차례 대변인 논평을 내고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국민의힘 게이트’ ‘이익동맹’ ‘부패동맹’에 대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당 차원의 대응을 본격화했다.광고 로드중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