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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아프간 문화”…탈레반에 ‘드레스’로 저항하는 여성들

입력 | 2021-09-14 20:00:00

탈레반이 이슬람 전통 복식을 강요하자 아프간 여성들이 반발하며 SNS를 통해 저항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트위터 ‘RoxanaBahar1’ 갈무리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교육에 이어 고용에서까지 남녀 분리 방침을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탈레반 고위 인사 와히둘라 하시미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는 남성과 여성이 한 지붕 아래 모이거나 앉아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우리 사무실에 와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은행, 미디어 회사 등에서도 여성의 일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 교육 등 분야에서는 여성이 필요할 것”이라며 “여성을 위한 별도의 병원, 학교 등 분리된 시설을 만들겠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하시미의 발언이 탈레반 내각의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이런 정책들은 국제사회의 원조나 지원 규모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일 아프간 카불의 한 대학에서 열린 탈레반 지지 시위에 참가한 니캅 착용 여성들. 트위터 ‘HillelNeuer’ 갈무리

앞서 지난 12일 압둘 바키 하카니 고등교육부 장관 대행은 모든 학교에서 여성과 남성을 분리해 교육할 것이며 여성들은 이슬람 전통 복식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하며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과 노동에 관해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차별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탈레반의 여성 억압 정책에 아프간 각지에서는 여성들이 모여 저항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 물결은 온라인까지 확대됐다.

트위터 ‘DrFatimaKakkar 갈무리’

최근 아프간 여성들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내 옷을 건들지 마(#DoNotTouchMyClothes)’, ‘#아프간문화(#AfghanistanCulture)’ 등 해시태그를 걸며 화려한 아프간 전통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은 눈을 제외한 신체 전체를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식 ’니캅’을 입고 탈레반의 정책에 찬성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열린 뒤 시작됐다.

친 탈레반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아프간을 떠난 여성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라며 이슬람 율법에 따른 탈레반의 여성 정책에 지지를 표했다.

이에 아프간 출신으로 아메리칸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를 지낸 바하르 잘랄리는 트위터에 아프간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이게 아프간의 문화”라고 알렸다.

해당 운동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아프간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가리는 이슬람식 복장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민얼굴과 화려한 아프간 전통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인권 운동가 스포즈 메이는 “아프간 여성들은 이렇게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는다. 검은색 부르카가 아프간 문화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