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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아프간 탈출한 5세, 난민캠프서 독버섯 먹고 사망

입력 | 2021-09-03 15:45:00


탈레반을 피해 천신만고 끝에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5세 아이가 난민캠프에서 독버섯을 먹고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3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부모를 따라 아프간 카불을 빠져나온 남자아이(5)가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 난민 센터에 머물다가 사망했다.

소년의 가족은 캠프에 도착한 다음 날 인근 숲에서 버섯을 따와 수프를 끓여 먹었다고 한다.

이후 증세가 나타난 소년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일주일여 만에 뇌 손상으로 숨을 거뒀다.

독버섯을 함께 먹은 6세 형도 간 이식을 받았으나 위독한 상태다.

병원 의사는 “불행히도 두 소년 모두를 도울 수 없었다”며 동생은 심각한 뇌 손상으로 형과 달리 간 이식을 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형제와 함께 수프를 먹은 17세 소녀는 치료받은 후 퇴원했다.

형제의 아버지는 영국군에 수년간 협력해왔던 회계사로,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하자 폴란드군과 함께 아프간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난민들이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해 버섯을 따 먹었다고 했지만, 센터 관계자들은 강하게 부인했다.

폴란드 외국인청 대변인은 “피난민들에게 하루 세끼의 식사를 제공한다”면서 “이들에게 야생 버섯을 먹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자국에 250여 종의 독버섯이 자생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나토군에 협력했던 아프간인 1000여 명을 대피시켰다. 대부분은 폴란드에 머물게 되지만, 제3국이나 국제기구를 대신해 폴란드로 대피한 아프간인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될 예정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