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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내년 기준중위소득 인상…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도움될 것”

입력 | 2021-09-02 03:00:00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지만 국가 복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근간은 기준중위소득이다. 기준중위소득에 따라 누가 복지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받는다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예컨대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부조인 국민 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생보)는 기준중위소득에 따라 급여 수급 여부가 결정된다. 기초생보의 생계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가구 소득이 기준중위소득의 30% 이하여야 한다. 기준중위소득이 올라가면 생계급여의 기준이 함께 오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국민이 생계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준중위소득은 공공부조 외에 다양한 부처의 정책 기준선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예산 기준으로 보면 12개 부처에 걸쳐 77개 사업에 기준중위소득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 사업의 규모는 국비 기준으로만 봐도 23조 원에 이른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사업이 있다. 대학 등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장학금 수혜 여부 및 장학금 규모가 기준중위소득을 활용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이 기준중위소득은 직접적인 복지정책은 물론이고 저소득 및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7월 30일 제64차 회의를 열고 2022년도 기준중위소득을 발표했다.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은 올해 대비 5.02%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번에 결정된 5.02%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반영됐다.

첫째, 한국의 소득인상분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소득증가율의 평균을 반영했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했다는 점을 고려해 최근 3년 소득증가율 평균(4.32%)의 70%를 반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둘째, 추가 증가율이 반영돼 있다. 기준중위소득을 계측하기 위해서는 개인 및 가구 소득을 측정한 자료가 필요하다. 소득분포를 추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본 자료가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바뀌었다. 가계동향조사가 자기 보고식이었던 반면,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행정자료를 이용해 소득 계측의 정확도가 향상되었다. 자료가 바뀌면서 기준중위소득 계측치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됐다.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준중위소득의 인위적인 조정이 불가피했다. 더 나아가서 기술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균등화지수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추가 증가율인 1.94%를 소득인상분에 더하면서 최종적으로 5.02% 인상이 결정됐다.

그동안 우리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복지 대상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준중위소득 인상은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 있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충분한 복지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중위소득의 책임 있는 인상이 필요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