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등 반대에 여권 일부 동조 여야 합의 상정 후 부결 이례적 숙원사업 추진 대법원 곤혹
‘판사 부족 사태’를 우려해 판사 임용 시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31일 4표 차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개정안에 대해 비판해온 데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이 “사법개혁 후퇴”라고 비판한 것이 여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여야 합의로 상정했지만 부결 ‘이변’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29명 중 찬성 111명(48.47%), 반대 72명, 기권 46명으로 부결됐다. 법안 통과를 위해 재석 의원 과반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데 115표에서 4표가 모자란 것. 민주당 우원식 황운하 의원 등 반대표의 절반 가까이가 민주당에서 나왔고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여당 의원 주도로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서 제동이 걸린 것.
반면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반대 토론자로 나서 “우리나라 법조 현실과 전체 사법시스템에 장기적으로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최소 경력을 5년으로 하면) 법원은 변호사시험 성적 좋은 사람들을 ‘로클러크’로 입도선매하고 대형 로펌들은 3년 뒤 판사로 점지된 이 사람들을 모셔가기 위해 경쟁하는 ‘후관예우’가 생긴다”고 맞섰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로 상정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자 여야 모두 예상 밖의 일이라는 분위기다. 여당 의원 간 찬반 토론이 맞붙자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이 기권 표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대법원 “우수 인력, 판사 지원 안 해” 우려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법조 일원화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우수한 판사 부족 사태 등이 예상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3년부터 시행된 법조 일원화는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졸업해도 바로 판사로 임용하지 않고 5년이나 10년 등 일정한 경력과 사회적 경험을 쌓은 변호사, 검사를 판사로 임용하는 제도다. 현행법에선 올해까지 5년, 내년부터 7년, 2026년부터는 10년의 법조 경력이 있어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