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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끊은 50대, 여성 2명 살해…차량서 시신 발견

입력 | 2021-08-29 21:43:00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이틀 만에 자수한 50대 성범죄 전과자가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했다. 사진은 29일 강모씨의 자택 모습. 서울=뉴시스


성폭행 범죄로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찬 강모 씨(56)가 자신의 집에서 40대 여성을 살해한 뒤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강 씨는 도주 과정에서도 50대 여성을 자신의 차량으로 유인한 뒤 살해했다. 불과 2, 3일 새 여성 2명을 살해한 그는 법무부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도주하다 29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서에 타고 온 차량 안에 숨진 여성의 시신이 있었다.

29일 법무부, 서울송파경찰서에 따르면 강 씨는 2005년 특수강제추행 등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올 5월 출소했다. 강 씨는 강도강간, 강도상해 등 전과 14범으로 재범 가능성이 높아 출소 후 5년 간 전자발찌부착 명령을 받았다.

흉악 범죄자가 출소 3개월 만에 전자발찌를 찬 채로 지인인 여성을 살해하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이후에도 38시간 넘게 활보하며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전자발찌 부착자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발찌훼손-범죄에도 속수무책…올해만 11건, 2명은 못 잡아

29일 오전 8시경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하기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 씨(56)가 승용차를 타고 서울송파경찰서로 들어섰다. 강 씨가 타고 온 차량에는 도주 과정에서 살해한 여성의 시신이 들어있었다. 강 씨는 경찰에 “범행 사실이 곧 발각돼 경찰에 잡힐 거라는 생각에 자수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가 27일 오후 5시 31분경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길거리에서 공업용 절단기를 이용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지 약 39시간 만이었다.

●전자발찌 훼손 전날 밤 무단 외출

강 씨는 도주 과정에서 법무부와 경찰의 추적을 치밀하게 따돌렸다. 이틀 동안 송파구 신천동, 서울역, 영등포 등으로 여러 차례 위치를 옮겨 다녔다. 강 씨는 27일 훼손한 전자발찌를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인근에 버린 뒤 렌터카를 이용해 서울역 인근으로 도주했다. 경찰이 28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서 해당 렌터카를 발견했을 때 강 씨는 이미 다른 장소로 이동한 뒤였다. 경찰은 강 씨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시도했지만, 그는 자신이 탄 시내버스에 휴대전화를 버리고 내리는 수법으로 수사망을 혼선시켰다.

강 씨는 2005년 특수강제추행 등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올 5월 출소했다. 당시 강 씨는 3명과 공모해 승합차를 이용해 여성을 납치하고 신용카드, 현금 등을 갈취한 뒤 저항하는 피해자를 강간하는 등 범행을 주도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전자발찌 훼손 후 범죄에 속수무책
강 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직후 법무부와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추적했지만 강 씨의 참혹한 범행에 속수무책이었다. 강 씨가 40대 여성을 살해한 첫 번째 범행은 자택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로 이뤄졌지만 강 씨가 자백하기 전까지 보호관찰소와 경찰 모두 범행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강 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던 27일 강 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내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강 씨의 집에 피해자의 시신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27일 도주 이후 강 씨의 동선을 추적하는 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었기 때문에 집 내부를 수색하지는 않았다. 수색영장이 없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갈 법적인 근거도 없었다”고 말했다.

평상시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에 대한 감독 업무는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가 맡는다. 전자발찌를 훼손한 후 도주한 범죄자 등에 대해선 경찰이 공조해 수사한다. 과거엔 전자발찌 훼손 시 법무부에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식이었지만 올해 6월 9일부터 시행된 사법경찰법 개정안에 따라 보호관찰소 소속 공무원이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

보호관찰소에 수사 권한을 줘 돌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현장에선 인력 부족 등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관찰소 소속 사법경찰관은 체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고 검찰 송치 전 범죄 구성 요건을 수사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도주하는 범죄는 지난 5년간 매년 1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2018년엔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는 7월까지 11건 발생했다. 2명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절단하기 어렵도록 재질을 바꾸기 위해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