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시간을 함께 건너 온 동료애가 느껴졌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역사를 이끈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42·이탈리아)은 최근 대표팀 공식 은퇴를 선언한 배구여제 김연경(33·상하이 광밍)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대회 직후 일본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간 라바리니 감독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김연경의 대표팀 은퇴 발표는) 나를 비롯한 모든 배구팬들에게 감동적(touching)이고 슬픈(sad)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9년 1월 한국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된 그에게 지난 2년은 곧 김연경과의 동행을 의미하기도 했다. 과거 수년 전부터 네트 너머로 김연경을 봐왔던 라바리니 감독은 “처음 본 김연경은 매우 숙련돼 있고, 또 혼자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 동료, 상대팀, 코치, 심판, 관중 너나할 것 없이 경기장 위 모두가 그를 존경한다는 사실에 또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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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리더이자, 보스, 선생, 아버지, 큰 형이기도 하지만 또한 선수들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자신만의 지도관을 설명하기도 했다. 평소 “훈련은 누구보다 철저히 하고, 훈련이 끝나면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낸다”는 대표팀 선수들의 설명과 일맥상통했다. 앞서 김연경도 “라바리니 감독의 지도 스타일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럽다”며 믿음을 드러내왔다.
동시에 김연경의 은퇴 이후 앞으로 한국 여자배구가 안게 될 과제도 진단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올림픽은 한국 배구와 국제배구의 간극을 보여준 대회라고 생각한다. 여자배구는 더 격렬하고 빨라지고 있다. 한국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선 그들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끝으로 공식 임기를 마친 라바리니 감독은 현재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재계약 제안을 받고 고민하고 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재계약 제안에 대해) 우리가 열심히 해왔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인 만큼 고맙게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가족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 팬을 향한 고마움만은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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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