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소재 영화 ‘레미니센스’ 개봉 휴 잭맨 4년만에 스크린 복귀… 잃어버린 기억 찾아주는 탐정 열연 기존 영화들 비해 ‘차별화’ 부족, 미래 수중도시 리얼리티는 볼만
영화 ‘레미니센스’는 주인공 닉(휴 잭맨·오른쪽)이 기억을 통한 과거로의 여행에 나서면서 사랑하는 여인 메이(레베카 퍼거슨·왼쪽)와 관련된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과거만큼 중독적인 것은 없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레미니센스’의 주요 대사다.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은 현재를 견디게 하는 버팀목일까, 아니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족쇄일까.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 절반이 바다에 잠긴 미래, 탐정 닉(휴 잭맨)은 고객들이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서도록 도와준다. 두 다리를 잃은 참전 용사는 반려견과 막대 던지기를 하며 보냈던 때를 회상하고, 사랑했던 연인의 감촉을 그리워하는 여성은 그 기억을 반복해 끄집어낸다. 희망이 사라진 도시에서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닉은 단조로운 삶을 살아간다.
관객은 닉의 시선을 따라 무질서한 순서대로 나열된 기억의 조각들을 함께 맞춰 나간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반전은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영화는 후반부 닉이 메이의 선택과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감정의 고조를 이룬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마련한 오르페우스 신화(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로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나서지만 신의 조건을 어기고 뒤를 돌아봐 아내를 잃은 이야기) 등 극 초반의 설명이 길어진 탓에 지루한 면도 있다.
영화는 미국 HBO TV 시리즈 중 대작으로 꼽히는 ‘웨스트월드’의 공동감독 리사 조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의 남편이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동생인 조너선 놀런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조이 감독은 “대개 어두운 누아르가 아닌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누아르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단순히 기억을 소재로 한 SF(공상과학) 장르는 아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 모두를 섞어놓았지만 디스토피아적 배경이나 사람의 기억을 읽는다는 조건을 제외하면 비슷한 소재를 다룬 기존 영화들에 비해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억 속을 헤매는 방식은 ‘인셉션’(2010년)을, SF 액션 스릴러가 섞인 건 ‘블레이드 러너’(1993년)를 연상시킨다는 것.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도 38%다.
영화는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 절반이 바다에 잠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중 침몰 도시에서의 촬영은 실제 놀이공원을 활용해 재현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