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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으로 이상기후에 대비”… 유통기업, 농작물 투자 확대

입력 | 2021-08-25 03:00:00

[디지털 농업이 만드는 청년 일자리]
〈3〉스마트팜 가능성 주목하는 유통업계



이마트가 지난해 지분 투자한 엔씽 관계자가 ‘수직 농장’에서 자라는 로메인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올해 로메인, 바타비아, 버터헤드, 바질 등 4종의 채소를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으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태풍, 한파, 폭염 등 최근 반복되는 이상기후로 농산물 수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잦아지자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한 작물 확보에 나선 것이다.

효과는 분명했다. 올해 여름 갑작스러운 폭염으로 각종 채소류 가격이 폭등하는 동안 이마트의 채소들은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가격 경쟁력이 생기자 로메인 등 이마트의 ‘뿌리가 살아 있는 채소’ 매출은 지난달 올해 1월 대비 4배가 증가했다. 이마트 측은 “기후변화로 인해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 채소 시세가 폭등할 때 스마트팜 기술의 장점은 더욱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통기업들이 스마트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스마트팜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며 사업화 가능성 등도 모색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일정한 품질의 농산물을 공급받는 ‘유통혁신’이자 차세대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기회로 유통기업들의 스마트팜 투자 비중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을 통한 사업 모델 구축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해 엔씽에 아예 지분 투자를 했다.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엔씽은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형 수직농장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농장관리 시스템 특허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상추 등 신선 엽채류를 수경재배 방식으로 생산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진행된 투자였다”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3월 투자한 퍼밋의 스마트팜 시설에서 딸기 등의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도 올해 3월 스마트팜 시스템 개발 및 판매업체인 퍼밋과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트진로는 스마트팜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퍼밋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농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규제 산업인 주류 사업의 틀을 확장시키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의도도 담긴 투자였다. 최근 퍼밋은 동남아에 ‘딸기 컨테이너팜’ 기술 수출을 확정했고, 2025년까지 전 세계 15개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팜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팜의 시장 규모는 2017년 4조4493억 원에서 매년 평균 5%씩 성장해 2022년 5조958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4080억 달러(약 47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팜 입장에서 유통기업의 투자는 단순한 자금 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스마트팜 관계자는 “스타트업 특성상 기술력은 있지만 영업 유통망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일단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 유통기업의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경영 전략 등을 수립하는 데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성장세에 벤처캐피털(VC) 업계도 스마트팜의 사업적 가능성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VC 관계자는 “스마트팜을 활용한 유통기업의 다양한 실험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사례가 축적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성장 중인 스마트팜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투자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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