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팅 기반 시뮬레이션은 분자 지렛대 역할을 하는 글리칸 N343(자홍색)이 SARS-CoV-2 스파이크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청록색)이 결합하기 좋도록 겉에 들어나는 형태로 바꾸는 것을 보여준다. (Terra Sztain, Surl-Hee Ahn, Lorenzo Casalino (Amaro Lab, UC San Diego)) 2021.08.22 /뉴스1
코로나19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인체의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2(ACE2)에 결합해 침투한다는 것은 감염병 유행 초기부터 알려졌다. 하지만, 당 사슬 정도의 비교적 작은 단위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침투가 시작되는지 연구 중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화학(Nature Chemistry) 19일자에 이 과정을 단백질 분자의 구조 변화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가 발표됐다. 이 연구의 제1저자는 안철수씨의 자녀 안설희 박사후 연구원과 테라 슈타인(Terra Sztain) 박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UCSD)의 아마로(Amaro) 교수 연구실 구성원 소개의 안설희씨 (Amaro Lab 홈페이지 갈무리) 2021.08.22 /뉴스1
논문의 교신 저자로 참여한 로미 아마로(Rommie E. Amaro) 교수는 “우리는 스파이크가 실제로 어떻게 변하고 감염되는지 본질적으로 알아냈다”며 “당 사슬이 없으면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감염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당 사슬(글리칸)이 코팅되어 있는데, 이 글리칸이 지렛대처럼 작용해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를 바꿔, 인체의 수용체에 결합하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당 사슬은 아주 희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면역체계를 속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과거 정지 상태의 사진으로만 밝혀졌지만, 연구진은 영상으로 이를 구현했다.
평소에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의 ACE2에 결합하는 부위(수용체 결합 도메인·RBD)가 숨겨져 있다가 당 사슬(N343)이 지렛대처럼 단백질을 들어올린다. 이렇게 구조가 바뀐 단백질은 인체 세포에 붙어있는 ACE2에 결합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또 이번 연구에 참여한 텍사스 오스틴 대학(UT Austin)의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넘어 실제 당 사슬의 역할을 실험으로 살폈다.
오스틴 대학의 부교수인 제이슨 맥렐란(Jason McLellan) 연구팀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이체를 만들어 당 사슬 게이트가 부족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폈다.
맥렐란 교수는 “당 사슬 게이트가 없으면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필요한 형태를 취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