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아빠 아플까봐 못 얘기했어요. 나 그만 아프고 싶었어. 이기적이어서 미안해요.”
친구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의 유서가 최초 공개됐다.
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된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와 성폭행 피해사실로 인해 세상을 등지게 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피해 여중생은 “하나뿐인 소중한 엄마 아빠여서 고마웠고 미안해. 나 너무 아파 어쩔 수 없었어.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라며 그동안의 아픔을 유서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어 “솔직하게 다 털어버리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엄마, 아빠가 또 아플까봐 미안해서 얘기 못했어. 불효녀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그만 아프고 싶었어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을 벌 받아야 하잖아. 이 일이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심경도 밝혔다.
유서 말미에는 친구들을 향한 인사도 남겼다.
공개된 유서는 100일 추모제 다음날 피해 중학생의 친부가 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됐다.
이날 유족들은 “100일 추모제를 다음날 아침 발견했다. 딸이 기도에 응해준 것 같다”며 “더 이상 한 맺힌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월12일 청주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성범죄 피해로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피의자는 피해학생의 계부로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성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2차 공판은 다음달 15일 오후 2시 청주지법 223호 법정에서 열린다.
[청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