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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열흘째 잠행… 黨갈등 거리두기? 말실수 차단?

입력 | 2021-08-21 03:00:00

광폭 행보 멈추고 공개 일정 줄여
이준석 갈등에도 캠프엔 함구령… 윤석열측 “외연확장 행보 곧 재개”
‘월권논란’ 서병수 경준위원장 사퇴… ‘선관위원장-역선택 룰’ 불씨는 남아
최재형 “윤석열, 비대위 검토설 해명을”, 윤석열 캠프 “사실무근… 소설같은 얘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8.18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열흘째 공개 행보를 크게 줄이고 정치적 현안에 대한 발언도 내놓지 않는 등 ‘잠행 모드’를 이어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에 공멸 위기감까지 나오며 질타가 쏟아지자 ‘전략적 침묵’을 택했다는 분석이 야권에서 제기된다. 잇따른 설화(舌禍)로 지지율이 주춤하자 현안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전략적 잠행-침묵 이어간 윤석열

윤 전 총장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10일부터 정치 행보를 재개했지만 20일까지 공개 일정은 4일에 불과했다. 11일 국민의힘 재선 의원 간담회, 12일 코로나19 전문가 간담회, 15일 효창공원 내 묘역 참배,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가 전부다.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전국을 누비며 세 몰이에 나섰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기자들을 만났지만 “추모하는 장소에 와서 세간의 정치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만 밝혔다. 야권의 비판이 쏟아진 언론중재법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도 본인 육성이 아닌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이 기간에 윤 전 총장 측이 이 대표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간 통화 내용이 유출되는 등 내홍을 심하게 겪었다.

당내 갈등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윤 전 총장은 침묵을 지키며 ‘로키(low-key)’ 기조를 유지했다. 윤 전 총장은 “당의 갈등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말라”는 함구령까지 캠프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윤 전 총장도 이 대표의 언행이 잘못됐다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선 이 대표와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말을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도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 왔다. 이번 주부터는 공개 행보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말실수 논란이 잦았던 윤 전 총장이 설화를 피하기 위해 공개 일정을 대폭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이기인 대변인은 논평에서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이 무섭고, 토론회도 무섭고 이럴 거면 대통령 선거에 왜 나왔나”라고 비판했다.

○ 최재형 “윤 캠프 비대위 추진설 해명하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의 월권 논란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26일 출범할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으로 거론되던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오해와 억측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는 처지에서 경준위원장 직을 내려놓고, 선관위원장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불참을 고려했던 25일 경준위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다만 선관위원장을 누구로 인선할지와 ‘역선택’을 둘러싼 경선 룰 논란은 불씨로 남았다.

더구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윤석열 캠프가 비상대책위원회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기사가 나왔다”며 “윤 후보는 더 이상 캠프 뒤에 숨어 침묵해서는 안 된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후보 측은 ‘윤석열 캠프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한 언론 보도에 “소설 같은 기사다. 그런 방안은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새로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