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주자-당대표 ‘녹취록 충돌’ 2라운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리’ 발언을 두고 공방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오후 6시까지 나와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왼쪽 사진). 이 대표가 전날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이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책임지겠다.”(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그냥 딱합니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곧 정리’ 발언 논란과 관련해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녹취록 공방’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뉘앙스를 왜곡했다”며 녹음 파일 공개를 요구했고 이 대표가 이를 거부했다. 당 대표와 대선주자 간 유례없는 충돌에 당내 갈등까지 확산되면서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 이준석-원희룡 녹취록 두고 정면충돌
이 대표는 17일 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원 전 지사와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이 대표가 음성 텍스트 변환 애플리케이션인 ‘클로바노트’를 사용해 공개한 내용에는 ‘저거 곧 정리됩니다’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 앞서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주장한 반면에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갈등 상황이 곧 정리될 것’이라는 뜻”이라며 맞섰다.
원 전 지사는 1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인공지능 녹취록을 교묘하게 풀어서 뉘앙스를 비틀어 왜곡하고 있다”며 “녹취록이 아닌 통화 녹음 파일 전체를 오늘 오후 6시까지 공개하라”고 했다. 이 대표가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하자 원 전 지사는 오후 7시경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비공개 의총서 ‘이준석 성토’ 잇따라
당내에선 이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 내용 중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에서 “여의도연구원은 정책 연구기관이라서 개인의 이름을 넣어서 조사하진 않는다”며 “공천 등을 제외하고 평소에 대선주자를 조사한다든가 그런 걸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하태경 “원희룡 후보 사퇴해야”
‘윤석열 곧 정리’ 발언 논란을 촉발시킨 원 전 지사에 대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원 전 지사를 두고 “차기 당 대표를 노린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원 전 지사가 당내 분란을 부추기는 저의는 뭔가, 당 대표를 몰아내고 전당대회라도 나올 생각인가”라면서 “대선 후보를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도 “참 유치하다.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윤석열 편들기도 아니고 원희룡 홍보도 아닌 우리의 경선을 구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