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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지진 사망 하루새 4배 1300명… 갱단, 구호물자 약탈도

입력 | 2021-08-17 03:00:00

부상 최소 5700명… 갈수록 급증
여진 불안에 주민들 건물밖서 노숙, 의료시설 부족… 응급조치도 어려워
백신 접종률 0.1%… 코로나도 ‘복병’, 대통령 부재 속 일부지역 폭력 사태
유엔 “인도주의적 통로 마련을” 호소



무너진 건물서 시신-부상자 속출… 여진에 구조작업 난항 15일 아이티 남부 레카이에서 구조 인력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수습된 시신을 옮기고 있다. 전날 규모 7.2의 강진이 아이티를 강타해 이날까지 약 1300명이 숨지고 57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상자와 실종자가 많고 의료 환경이 열악한 데다 여진 등으로 구조 작업 또한 지연되고 있어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레카이=AP 뉴시스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서 발생한 강진의 희생자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정부는 15일 전날 남서부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2의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현재까지 각각 1297명, 57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루 전 정부가 발표한 사망자(304명)의 4배가 넘는 수치다.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 매몰된 실종자, 통신 두절로 아직 보고되지 않은 피해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인명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부서지거나 부분 손상된 집도 약 2만7000채에 달한다.

피해가 집중된 남서부 레카이, 제레미 등에서는 15일에도 규모 4.0∼5.0의 여진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건물 추가 붕괴를 걱정한 많은 주민이 집 밖에서 집단 노숙에 들어갔다. 일부는 축구장에 모여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의료 위기도 심각하다. 곳곳에서 병상이 부족해 의료진이 길거리나 공원 나무 밑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많은 환자가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데다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환자들이 오랫동안 대기하면서 추가 감염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일부 병원은 환자의 상처를 봉합할 기초적인 의료 장비조차 부족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아이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또한 지난달 16일에야 시작했다. 현재까지 전 국민의 0.1%만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위험 또한 상당히 높다.

지난달 7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여파로 리더십 공백 또한 상당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과 아이티 정부는 당초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최대 피해 지역인 레카이에 육로로 의료진과 의료 물품을 보내려 했으나 주요 도로 곳곳을 장악한 갱단 등을 우려해 항공 및 보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포르토프랭스의 일부 지역은 납치, 약탈 등 갱단의 폭력이 만연해 일반인 접근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부 갱단은 구호물자를 약탈하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구호 인력과 물자가 지나갈 수 있는 인도주의적 통로를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지진으로 당초 11월 대통령 선거를 치르려던 정부의 계획 또한 불투명해지는 등 고질적인 정치 혼란 또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까지 아이티를 위협하고 있어 가뜩이나 더딘 구조와 복구 작업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그레이스가 16일 밤 아이티를 강타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로 인해 최대 100mm의 폭우, 산사태 및 하천 범람 등이 예상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