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산업서도 각광
페라리는 3억 원대 슈퍼카 ‘296 GTB’의 내장까지 실물처럼 재현한 가상 모델을 메타버스 게임인 포트나이트에서 공개했다. 트위터@EndymionFN 캡처
두 회사가 가상공간에서 신차를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은 게임 개발용 게임 엔진을 이용해 실제 차량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가상의 차 구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실제 설계 및 제원 데이터로 내·외장은 물론이고 순식간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부스터 기능과 배기음 등을 그대로 살렸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가상과 현실을 허무는 ‘게임 엔진’에 주목하고 있다. 게임 엔진은 3D 가상공간을 만들어 캐릭터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개발 도구를 말한다. 실제 차량이나 시설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디자인, 설계, 주행 테스트 등 시뮬레이션에 활용하는 메타버스 기술이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중후장대 산업에 침투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
BMW그룹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구축한 가상 공장 이미지. 실제와 같은 시뮬레이션으로 신차 설계 변경과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BMW홈페이지
메타버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설계·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VR로 신차 디자인 품평회를 진행하면 대당 1억 원 가까이 드는 모형차 제작비를 아낄 수 있고 실물처럼 정교하게 렌더링(컴퓨터그래픽)한 이미지를 통해 오류 검증도 간편해진다. 자동차를 생산하기 전에 가상 모델로 미리 광고 동영상을 찍거나 게임 등 온라인 플랫폼에 노출시켜 이용자들의 선호를 미리 조사할 수도 있다.
게임 엔진은 자율주행 고도화를 앞당기고 있다. 수만 개의 가상 환경 도로를 만들어 자율주행차의 눈과 뇌 역할을 하는 부품들을 훈련시킬 수 있다. 3D 개발 플랫폼 업체 유니티 등 게임 엔진 개발사들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산업계의 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게임 엔진 적용 범위가 자동차·건축·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기업 엔비디아는 어두운 터널 내부 그림자까지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엔진 ‘드라이브 심’을 곧 출시한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 만도는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 자율주행 카메라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작업자가 스마트폰으로 설계 도면을 확인할 수 있는 ‘무도면 증강현실(AR) 솔루션’으로 연간 133만 장의 도면 출력 비용을 줄였다. 삼성중공업 제공
광고 로드중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