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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말 두 손 다 들었어” [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 2021-07-19 03:00:00


서울의 한 헬스장. ‘헬스장 문화’가 많이 보급된 외국에서는 한국 헬스장 음악 속도 규제를 둘러싼 논란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BBC뉴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헬스장 음악 규제’가 글로벌하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격렬한 운동을 할 때 헬스장 음악 속도를 너무 빠르지 않은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의 방역수칙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규제인 데다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외국 언론은 지적합니다.

△“The restrictions are bureaucratic, as if those who devised them had never worked out at a gym.”

뉴욕타임스는 “이 규제를 만든 행정당국 사람들은 헬스장에서 운동해본 적이 없는 듯하다”고 합니다.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죠. ‘운동하다’는 ‘work out’ 또는 ‘exercise’라고 합니다. 많은 한국인들의 입에 밴 ‘홈트’ ‘트레이닝복’처럼 ‘트레이닝’이라는 단어는 ‘운동하다’ 의미로는 쓰지 않습니다. 헬스클럽은 “짐(gym)”이라고 해야 외국인들은 알아듣죠.

△“Those working out have thrown up their hands in frustration.”

로이터통신은 한국인들의 반응을 소개하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불만스러워서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고 합니다. 너무 답답해 포기할 지경일 때 어깨를 으쓱하며 양손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는(throw up hands) 제스처를 취합니다. 운동 중 마스크 착용, 입장 전 발열 체크 등의 규제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가 생겼으니 열이 받친다는 의미겠죠.

△“At exactly 120bpm, Irene Cara‘s Flashdance What a Feeling is a good option for law-abiding Koreans. But at 122bpm, Bob Marley’s Is This Love is out.”

영국 가디언지는 이 규제에 해당되는 팝송 사례를 들며 “아이린 카라의 곡 ‘플래시댄스’는 정확하게 120bpm이라 법을 준수하는 한국인들에게 괜찮고, 그보다 한 템포 빠른 122bpm의 밥 말리의 ‘이즈 디스 러브’라는 곡은 안 된다”고 합니다. ‘Law-abiding’은 ‘법을 잘 지키는’ ‘준법정신이 투철한’의 뜻입니다. ‘Law-abiding Koreans’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인의 눈에는 다양한 고강도 규제들을 묵묵히 따르는 한국인들이 신기한 듯합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