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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宋-李의 경솔한 합의와 번복… 혼란에 빠진 재난지원금

입력 | 2021-07-14 00:00:00


2차 추경을 통한 코로나 재난지원금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그제 단둘이 만찬 회동을 한 뒤 내놓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발표가 혼선을 부채질했다. 당내 반발이 쏟아지자 국민의힘은 “소상공인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남은 재원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라며 100분 만에 번복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수조 원의 국민 세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지의 문제를 놓고 여야 대표가 담판 짓듯 덜컥 합의한 것 자체가 한 편의 코미디 같다. 민주당은 당정 협의를 거쳐 소득 하위 80% 가구에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하기로 한 상태였다. 이런 내용을 포함한 33조 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무회의까지 통과했는데, 여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전 국민 지급을 밀어붙이면 정부의 존재 이유는 뭔가.

한 여당 의원은 어제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호통까지 쳤다. 정치가 아무 길이나 내면 정부는 뒤치다꺼리를 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답변이 안쓰러울 정도다.

이 대표가 원내대표 등과 사전 조율도 없이 당론에서 벗어나는 내용을 독단적으로 논의한 것은 경솔한 처신이다. 예산 파이는 그대로 둔 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더 두텁게 하고 재난지원금도 전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이 대체 뭔가. 재난지원금 문제는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의 철학과도 관련된 복잡한 이슈인 만큼 철저한 토론을 거쳐 당론으로 대처했어야 했다.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야당 대표가 동조한 것”이란 당내 비판이 적지 않은 만큼 자중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어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소상공인 지원 확대 등과 함께 2조∼4조5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와 야당은 추경 추가 편성은 안 된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코로나 4차 대유행이 걱정인데 제멋대로인 정치권을 참고 보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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