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동교동 경의선숲길에서 마스크를 씌운 동상들 옆을 마스크를 쓴 여성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등장한 마스크는 ‘제2의 피부’라고 불릴 만큼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홍진환 사진부 기자
최근 인터뷰, 스포츠 경기 등에서 마스크를 벗는 게 일부 허용되긴 하지만 여전히 ‘노(NO) 마스크’ 사진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최고 성능 카메라로 초당 10장이 넘는 연속 촬영을 한다 하더라도 마스크에 가려진 인물의 표정은 거의 비슷하다. 촬영 후 노트북에 사진을 펼쳐보면 쏟은 에너지에 비해 결과물이 신통치 않을 때가 많다. 그 대신 사진의 좋고 나쁨에 차이가 크지 않아 ‘물먹을 확률(낙종)’이 현격하게 줄어든 면은 있다.
때로 마스크 버전을 찍지 않아 곤란해진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간혹 마스크를 벗은 사진이 나갔을 때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개인 인터뷰를 하거나 단체 사진을 찍을 때조차 마스크 착용과 미착용, 두 가지 버전을 촬영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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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방패로 쓰는 것은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마스크가 코로나19 등 각종 바이러스를 막아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심리적 측면에서 감정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거짓말을 못하고 표정을 감추기 어려운 사람들이 불편한 감정 교류를 하지 않도록 보호막이 돼 준다는 얘기다. 특히 감정노동이 많은 서비스업을 비롯해 직장 내 수많은 ‘을’들에게 이 방패가 요긴하게 쓰인다.
상사에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복화술’을 하는 고수들이 늘어났고, 무한반복 회의가 한결 편안해졌다는 경험담도 있다. 웃는 표정, 침착한 표정, 용감한 표정 등 팔색조 연기를 펼칠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 미국과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노 마스크’ 조치를 시행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스크 착용자가 많이 보이는 데는 다른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과 함께 이와 같은 마스크의 숨은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마스크 방패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고대하고 있다. 여름날 마스크 착용의 불편함뿐 아니라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지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다. 과거 일본에서 마스크를 쓰고 살인을 저지르는 ‘빨간 마스크’류의 도시 괴담이 유행했던 것도 마스크가 야기하는 공포를 상징한다.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뿐 아니라 집단적으로 표정을 가린 사회는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일부 심리학자는 마스크로 가려 타인의 표정을 볼 수 없는 상황이 사회적인 공감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간은 언어적 소통뿐 아니라 표정을 통해 비언어적 소통을 하는데 마스크가 그 흐름을 의식적으로 막아 사회적인 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두 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해 집단 면역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델타 바이러스 등 변종 바이러스 위험 때문에 마스크 착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마스크가 익숙해졌다지만, 그래도 웃는 민낯이 그리운 건 사실이다. 신문 지면에 생동감 있는 표정들이 다시 등장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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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 사진부 기자 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