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 박은신에 1타 앞서 단숨에 4억원 거머쥐고 환호 “6년전 천안 이사 ‘안방 코스’ 빚 갚고 맘 편히 투어 뛸 것”
호주교포 이준석이 27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내셔널타이틀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역전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양손을 하늘로 들며 기뻐하고 있다. 2008년 코리안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를 수석으로 통과한 뒤 처음으로 따낸 투어 우승이다. 대한골프협회 제공
‘Spero Spera(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호주교포 이준석(33)의 왼쪽 팔뚝에는 라틴어 문구를 새긴 문신이 있다. 2008년 코리안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를 수석으로 통과하며 혜성처럼 등장하고도 그 후 13년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동안 수없이 자기 자신을 다잡았던 문구였다.
간절히 바라던 첫 우승은 팔뚝에 새긴 문구처럼 다가왔다. 16번홀(파3) 보기로 선두와 2타 차까지 뒤처져 있던 이준석은 17번홀(파4)에서 약 10m 거리의 버디를 따내며 극적으로 공동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18번홀(파5)에서 3m 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대역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내가 본 대로 믿고 쳤다”던 이준석은 우승이 확정된 뒤 자신보다 크게 소리 지르며 기뻐하는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어릴 때 육상, 쇼트트랙 등을 했던 이준석은 15세 때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호주 대표로도 활동했고 전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제이슨 데이(34)와 막역한 사이가 됐다. 2012년 차이나투어에서 우승하기도 했지만 코리안투어에서는 준우승만 두 차례(2018년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020년 GS칼텍스 매경오픈)하며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준석은 “투어 입문 뒤 드라이버 입스로 6년 동안 고생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아시안투어 병행 당시 인천 영종도에 3년 정도 살았던 이준석은 6년 전 천안으로 이사 오며 국내 투어에 집중했다. 우정힐스CC를 안방 삼아 훈련하다 보니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알려진 이준석은 지난해 갑상샘암 수술에도 골프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았다. 두 자녀를 둔 아빠인 이준석은 “18번홀 티샷 이후 다리에 쥐가 나 힘이 덜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잘된 것 같다”며 “통장에 상금이 들어오면 우승 실감이 날 것 같다. 일단 빚도 갚고 좀 더 마음 편하게 투어를 뛰고 싶다”며 웃었다.
역시 첫 우승에 도전했던 박은신은 18번홀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주 전 SK텔레콤 오픈에 이어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김주형(19) 역시 한때 단독선두에 나서기도 했지만 공동선두로 맞이한 18번홀에서 티샷이 OB구역으로 가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보기로 대회를 마무리하며 3위에 올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