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1.6.21/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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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안타까운 희생자가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화재 신고와 근로자 대피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248명에 달하는 근로자 가운데는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다.
23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창고시설 화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총 2만8200여개 창고에서 82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기간 사망자는 46명, 부상자는 56명으로 집계 됐다.
전문가들은 대형 화재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적었던 결정적인 이유로 2가지를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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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나흘째인 20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 물류센터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어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1.6.20/뉴스1 © News1
최초 신고가 이뤄진 시점이나 화재 신고를 회사 측이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남아 있다. 특히 대피 훈련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대피훈련이 신속한 대피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화재 발생 시점이 교대시간과 겹치는 행운도 뒤따랐다. 야간 근무자 상당수가 퇴근을 한 상태였고 남아 있던 직원들도 퇴근 준비를 하던 시점이라 더욱 신속한 대피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한 안전관리 전문가는 “쿠팡 측의 침착한 초기대응 덕분에 대형 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사상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며 “과거 물류창고 화재와 비교할 때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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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연성 소재 사용, 화재 급속 확산 막아
© 뉴스1
사상자가 많았던 앞선 물류센터 화재의 경우 가연성 소재인 우레탄폼이 충전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 화재가 급히 확산됐고 이로 인해 희생자가 많았다. 특히 38명의 사망자를 낸 물류센터 화재는 공사 현장에서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작업이 화재 원인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반면 쿠팡은 우레탄폼이 아닌 내연성 자재인 ‘글라스울’을 사용했다. 내연성 자재를 사용한 덕분에 화재가 급격히 확산되는 것을 막았고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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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쿠팡은 안전관리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물류센터 설계 과정부터 내연성 자재를 사용하는 등 안전에 대해 어느 기업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고 예방과 대피 등에서 쿠팡의 대처는 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전 예방 노력에 대한 불신이 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쿠팡이 수백억원을 투자해왔지만 사고 원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제할 수 없는 부분까지 책임을 떠안고 나쁜 기업으로 낙인 찍힐 경우 기업들의 안전 투자 의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기업이 그동안 해온 예방 노력은 고려하지 않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부분까지 ‘악마화’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는 ‘예방 노력을 할 필요 없다’는 인식을 주는 등 기업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를 교훈 삼아 안전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앞으로 1조원을 투자해 부산과 전북, 경남, 충북 등에 물류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물류센터 안전에 더 투자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이 마저도 충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만큼 앞으로 건립될 물류센터에 관련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