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주 수요만 5천채…서초구 전셋값 급등 이주 수요·임대차법·신규 물량 감소로 집값 자극 "수급불균형 고착화"…서울 아파트 전셋값 강세
“전세 매물은 이미 소진됐고,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도 거의 없어요.”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반포 재건축 이주 수요 여파로 흑석동의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전세 매물이 간혹 있더라도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며 “전세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월세를 찾는 대기자들도 꾸준히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생활 여건이 비슷한 인근 지역의 전셋집을 구하려는 주택 수요가 늘면서 전세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서초구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동작구 등 인근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강남지역 정비사업 이주 수요 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전세 불안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평가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주를 시작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부터 신반포18차(182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등이 이주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이주 예정인 신반포 18·21차 등을 포함하면 서초구 내 이주 수요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로 서초구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지난 3~5월 0.03%의 비교적 낮은 상승률을 보이다, 최근 4주간 0.03%→0.04%→0.06%→0.08%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정비사업 이주수요 영향으로 서초구(0.39%)는 전셋값이 급등했다. 최근 3주간 0.16%→0.26%→0.39%로 상승 폭을 확대했다. 또 강남·송파·강동구도 덩달아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강남구(0.05%)는 저가 매물이 소진되며 대치·도곡동 위주로, 송파구(0.15%)는 신천·잠실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강동구(0.10%)는 학군 및 교통여건 양호한 고덕·상일동 위주로 상승했다. 또 동작구(0.13%)는 정비사업 이주 영향 있는 노량진·흑석동 위주로 올랐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강남지역을 넘어 인근 다른 지역의 전세난을 가중하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7월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로운 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한 데다,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가 겹치면서 수급불균형으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늘어난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와 함께 하반기 신규 공급 물량이 감소도 불안 요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전셋값이 상승하고,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포의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와 신규 입주 물량 감소, 임대차법 시행 등 전세 시장의 여러 불안 요인들이 겹치면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불균형이 고착되고 있다”며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전셋값 상승과 매맷값을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