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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준석 ‘3無 선거’… 高비용 정치문화 청산할 전환점 삼아야

입력 | 2021-06-14 00:00:00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대표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평소에도 따릉이를 애용했으며, 당 대표 차량은 있으나 운전 기사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사진공동취재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어제 서울 상계동 자택에서 지하철로 국회의사당역에 내린 뒤 자전거를 타고 국회 본관에 출근했다. 이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에게 제공되는 승용차와 대중교통 중 효율적인 것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30대 0선’ 제1야당 대표의 첫 출발은 그동안 정당 대표들이 보여 온 모습과는 달랐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선거운동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우선 선거를 돕는 인원을 5명 정도로 최소화해 대규모 캠프 사무실을 만들지 않았다. 후보를 지원하는 차량도 없이 기차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 한 번 발송할 때마다 수백만 원씩 드는 홍보용 문자메시지도 거의 발송하지 않았다. 정당 선거운동에서 필수항목으로 꼽히는 캠프 사무실, 차량, 문자 메시지가 없는 3무(無)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선거운동 방식은 비용과 직결된다. 세 대결 차원에서 조직을 총동원하고, 물량공세식 홍보전을 벌이려면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 대표는 공직후보자의 공천권을 쥐고 있어 전 당원을 상대로 치열한 선거운동전을 벌이게 된다. 지금까지 당 대표 선거에서 후보당 수억∼수십억 원을 쓰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겨졌다. 이런 잘못된 선거운동이 고비용 정치문화의 원인을 제공해온 것이다.

야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정치 현실을 모른다고 깎아내렸지만, 이 대표는 조직과 물량 위주의 낡은 선거운동 방식을 거부했다. 반면에 시대 흐름에 호응하는 메시지 전달과 의제 설정에 집중했다.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 덕분에 이 대표가 지출한 선거비용은 30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선거운동 방식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낡은 고비용 정치문화를 바꾸라는 시대적 요청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사실상 대선후보 레이스가 시작된 더불어민주당에선 대선후보 캠프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과거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규모 캠프와 자문단 구성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낡은 선거운동 방식을 과감하게 정리하라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권에서 캠프를 구성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후보들도 이 같은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이준석 현상’에서 확인된 변화와 쇄신 요구를 외면하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준석 현상은 세대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투영된 것이다. 시대교체는 여야 정치권의 낡고 구태의연한 행태를 청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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